루마니아 대통령 탄핵 국민투표 부결

  • 입력 2007년 5월 20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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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국민은 개혁주의자인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의 복권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 의회에 의해 권한정치 처분을 받은 뒤 국민투표에 회부된 바세스쿠 대통령은 19일 실시된 탄핵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루마니아 전역 1만7천개 투표소에서 1800만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된 이날 국민투표에서 바세스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론조사 기관인 메트로미디어에서 75%, 다른 기관인 CURS에서는 78%에 달해 탄핵이 부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투표율은 50%에 못미쳐 2004년 대통령 선거 때보다 다소 낮았다.

루마니아 의회는 바세스쿠 대통령이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고, 이익단체를 위해 사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달 표결을 통해 30일 간의 권한정지 처분을 내리고 대통령 탄핵을 국민투표에 회부했었다.

또 의회는 탄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 투표 참여가 필요했던 종전 대통령 탄핵 규정을 바꿔, 투표율이 50%에 못 미칠 경우에도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가능하도록 최근 법률을 개정했으나 결국 탄핵 가결에 실패했다.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수 천명의 바세스쿠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쿠레슈티 대학 광장에 집결, 바세스쿠 대통령의 정적이자 이번 탄핵 정국을 주도한 칼린 타리체아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소속의 바세스쿠 대통령과 자유당 총재인 칼린 포페스쿠 타리체아누 총리는 2004년 총선에서 제휴, 연립정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올해 1월 유럽연합(EU)가입을 전후해 두 사람 간의 불화가 심화돼 왔으며, 지난달 타리체아누 총리는 연정에서 민주당을 축출한 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왔다.

바세스쿠 대통령은 "이번 투표 결과는 국민이 사법부의 개혁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루마니아 국민은 정의를 원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권한을 정지한 의회에 대해 투표 결과를 직시하고 협조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타리체아누 총리는 낮은 투표율을 상기시키며 투표 결과가 바세스쿠 대통령에게는 영광없는 승리라고 표현했다.

타리체아누 총리는 이어 "루마니아 국민은 대통령에게 두번째 기회를 줬다"고 강조하고, 이번 결정을 존중하며 협력의 정신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관측통들은 바세스쿠 대통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에서 의회와 대통령 간 권력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바세스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의회의 탄핵을 부패 정치인들의 음모라고 규정하고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부패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민투표의 최종 결과는 20일(현지시각) 발표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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