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평등 내각’…사르코지, 장관 15명중 7명 여성 임명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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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좌파와 중도파 인사를 포함하고, 15개 장관직 가운데 여성 장관 7명을 임명한 1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은 ‘열린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또한 절반에 가까운 장관직에 여성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양성(兩性) 평등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간지 르몽드는 “성적 평등과 열린 정부를 실천했으며 신구(新舊)의 조화가 이뤄진 내각”이라고 평가했다.

1기 내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이다. 이미 물망에 올랐던 그는 좌파 정치인으로서 이번 대선에선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다. 쿠슈네르 장관의 임명은 프랑스 역사상 주요 각료를 상대방 캠프에서 발탁한 첫 사례로 꼽힌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우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발탁 인사로 해석된다.

중도 정당인 프랑스민주동맹(UDF) 소속의 에르베 모랭을 국방장관으로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대선 1차 투표 이후 UDF 소속 의원 23명이 사르코지 후보를 지지했던 것에 대한 보답으로 보인다.

이번 내각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장관이 7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프랑스는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칠레 등에 이어 ‘양성 평등 정부’를 이룬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여성 각료 가운데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은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북아프리카계 정치인으로선 주요 장관직에 기용된 첫 사례로 꼽힌다. 모로코 출신 노동자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의 문맹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사르코지 대통령의 측근에 끼어들었고 대선 때는 대변인을 맡았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 때는 장관, 부장관을 포함해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장관이 30명이었다. 이번 내각 구성에서는 15명으로 줄어들었다. 비용을 줄이고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르코지 대통령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이번 내각이 역동적이라는 점을 강조라도 하듯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곧바로 1차 각료회의를 개최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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