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권태 날리는 황당의사 엽기처방… ‘면장선거’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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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오쿠다 히데오. 사진제공 은행나무출판사
엉뚱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오쿠다 히데오. 사진제공 은행나무출판사
◇면장선거/오쿠다 히데오 지음·이영미 옮김/312쪽·9800원·은행나무

이라부 선생이 돌아왔다!

강박증을 호소하는 공중그네 곡예사한테 “나도 그네 타 볼래∼”라고 떼를 쓰던 의사. 출판계에 일류(日流) 바람을 일으킨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의 주인공.

‘면장선거’는 ‘인더풀’과 ‘공중그네’에 이은 이라부 시리즈 3탄.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황당한 치료법도, 육체파 간호사 마유미의 엽기적인 매력도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이라부 선생을 찾아온 환자들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인사라는 것. 신문사 사주이자 야구단 구단주, 잘나가는 벤처 기업가, 중년의 인기 여배우가 ‘이라부 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 환자 모두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아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첫 환자 다나베 미쓰오는 대신문의 회장이자 인기 야구단의 구단주. 언제부턴가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거나 사방이 막힌 공간에 들어가면 기운이 쭉 빠지면서 현기증이 나는 통에 미칠 지경이다. 자존심 다 버리고 이라부 선생에게 왕진을 부탁했지만 반응은 “싫단 말∼야.”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다는 의사 선생 때문에 여든 가까운 거물 구단주는 병원 행차를 해야 한다. 환자는 불안을 호소하는데 이라부 선생은 “당신 얼굴 시뻘게. 혈압 올라가겠당∼”이라고 하니 속이 안 터지고 배길까. 함께 차를 타면 사진기자를 향해 V자를 그려 보이는, 도무지 신뢰가 안 가는 이 의사가 “밀폐된 공간은 분명 관을 떠올리니까 그럴 테고, 플래시 때문에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건 천국…. 다나베 씨 죽음을 두려워하는 거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예 죽기 전에 장례식을 치르라는 이라부의 처방이 엉뚱하게 들렸는데 웬걸, 해 보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히라가나를 자꾸 까먹는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총아를 두고 유치원 아이들한테 “이 사람 알츠하이머병이야”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나이 들어 볼이 처질까 봐 걱정하는 여배우에겐 “그럼 물구나무를 서 보세요”라고 한다. 가슴 계곡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는 훔쳐보는 환자의 이마를 쿡 찔러 대는 간호사 마유미도 개성적이다. 그러다가도 ‘우회하지 않고도 성공을 해서 사고가 지나치게 다이렉트한 것’ ‘안티 에이징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정곡을 찌르는 분석에 해피엔딩 엽기 처방을 읽다 보면 만화 속 초능력 주인공을 보는 듯해 신이 날 정도다.

면장선거를 두고 벌이는 주민들의 이전투구가 실은 권태로운 생활을 충전하는 축제라는, 진지한 문학적 주제를 갖춘 표제작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전철에서 키득대다 눈치 보였다는 ‘공중그네’의 독자 리뷰가 이번에도 딱 들어맞을 듯싶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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