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는 책의 향기]사회 흐름을 잡아내기엔 범죄학도…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코멘트
From: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To: 제자들에게

약 10년 전 범죄학(Criminology)에 대한 연구저술을 펴내면서 우리나라에서 거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는 범죄학의 황폐함을 보았단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옥석과 같이 지금의 범죄학을 있게끔 한 선구적인 저서들이 있어 너무나 반가웠지. 오늘은 범죄학을 연구하는 제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지? 그전에 먼저 자네들이 공부하는 범죄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려 주고 싶다.

유영철과 같은 연쇄살인범이 나타나고 첨단 수법의 컴퓨터범죄나 금융범죄, 사기범죄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고, 범죄학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고조되었지. 범죄학은 사회병리 현상 가운데 가장 심각한 부분에 해당하는 범죄현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대응책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이론적인 부분과 현상학적인 부분, 그리고 제도학적인 부분이 통합적으로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지.

범죄학의 이해를 통해 일반인들은 본인 스스로 범죄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직접적인 실익 이외에도 사회가 돌아가는 방향이나 내용, 흐름 등을 빠르게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추천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해. 범죄현상을 단순한 흥밋거리 정도로 바라보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범죄학의 대중적 저변이 확대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반대로 범죄학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범죄심리학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상황이 아쉽단다. 범죄학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좀 되지?

범죄학의 대표적인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범죄심리학’(홍성열·학지사)을 읽어 봐. 범죄현상은 제각각 다 원인이 있지만 특히 인간이 저지르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따라야만 하지. 그래서 이 책이 소개하는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범죄자의 심리상태나 범행의 원인, 범행수법의 심리적 분석, 범죄수사심리 활용 등을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범죄심리학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음으로는 ‘현대사회와 범죄’(전대양·형설출판사). 현대사회의 범죄현상은 과거의 범죄현상과는 매우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그래서 이 책은 범죄현상은 항상 변화하면서도 진화한다는 범죄사회학의 원칙을 기준으로 다양한 범죄현상과 사회학적인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서 범죄의 사회현상학적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거야. 특히 폭력범죄나 경제범죄, 컴퓨터범죄, 조직범죄, 마약범죄 등과 같이 세부적인 영역별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여 현대사회 범죄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

마지막으로 범죄학의 기초적인 입문을 돕기 위한 저술로서 ‘범죄학개론’(이윤호·박영사)이라는 책을 추천해. 이 책은 범죄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범죄학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체계적으로 저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앞으로 범죄학이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어. 범죄학 연구에 입문하고자 하는 너희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단지 외국의 원서를 번역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범죄현상에 맞춰서 연구하고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자기 각성과 환골탈태의 자세를 갖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