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 M&A… 은행권 화두는 ‘IB’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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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투자은행(IB)그룹 이휴원 부행장은 올해 들어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지로 매달 3, 4회씩 출장을 가고 있다. 현지 기업 및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들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IB 부문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IB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ABS), 해외 유가증권 투자 및 인수, 인수합병(M&A) 주선 등의 형태로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자금 중개를 하는 업무를 말한다.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익을 ‘따먹는’ 전통적인 은행업무 수익 비중이 계속 줄면서 IB 분야가 국내 은행의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 IB 분야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 ‘해외 IB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우리은행은 지난달 박해춘 행장 취임 직후 실시한 조직개편 때 IB사업단을 IB본부로 승격시켰다.

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IB본부장)은 옛 상업은행 시절부터 20년 이상 IB 업무에 매달려 온 베테랑으로 꼽힌다.

홍 부행장은 “우리은행 IB그룹의 1인당 순이익은 연간 평균 25억 원인데, 영업점 하나가 평균 19억 원 순이익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IB 업무의 수익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M&A 부문에서만 400억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총 2조 원 규모의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에 참여하는 등 23개국에서 IB 분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해 전체 IB 수익 가운데 20%에 그친 해외부문 수익을 올해는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해외 IB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아제르바이잔에서 현지 고속도로 확장공사에 필요한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대금 주선계약을 현지 정부관계자와 체결했다.

최근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인근의 대규모 농산물 유통센터와 물류센터 건설에 참여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국민은행도 6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조선소 건설사업에 자금을 중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육상 국민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은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파트너로 참여해 주로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

국내 은행이 IB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IB ‘핵심 인력’이 태부족하다는 점.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IB 담당인력은 전체 은행직원의 0.7%에 불과하다”며 “전문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IB 담당 임원들은 “수년을 공들여 IB 분야 인력을 양성하더라도 노조 등의 반발로 제대로 보상을 못해 주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우리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이후 8명의 IB 전문인력이 외국계 금융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전문가들은 “IB는 어느 정도 투자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도, 국내 은행의 영업 관행은 ‘담보’ 등 안전 자산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발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존의 은행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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