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골프]골프장 간 농구 스타들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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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코트를 휘젓던 프로농구 스타들 중에는 비시즌 동안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들이 많다. 왼쪽부터 전희철, 문경은(이상 SK), 이상민(KCC), 김병철(오리온스). 왼쪽 사진은 아이언 샷을 하는 농구스타 이상민. 사진 제공 KBL
겨우내 코트를 휘젓던 프로농구 스타들 중에는 비시즌 동안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들이 많다. 왼쪽부터 전희철, 문경은(이상 SK), 이상민(KCC), 김병철(오리온스). 왼쪽 사진은 아이언 샷을 하는 농구스타 이상민. 사진 제공 KBL
《농구 스타들은 요즘 탁 트인 필드에서 묵은 스트레스를 풀 때가 잦다.

“푸른 페어웨이를 바라보고 새하얀 공이 허공을 가를 때면 가슴이 펑 뚫리는 것 같아요.”

프로농구 SK의 ‘람보 슈터’ 문경은(36)은 현역 선수 가운데 골프 최고수로 꼽힌다.

1999년 처음 클럽을 잡은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2년 전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파72)에서 기록한 77타. 정교한 아이언 샷이 장기인데 150m를 8번 아이언으로 공략할 만큼 파워도 갖췄다.

훈련과 경기가 반복되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1년이면 6개월 이상 캐디백을 옷장 한구석에 넣어 둬야 하지만 비시즌만 되면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봄에는 핸디캡이 12정도였다가 시즌을 앞둔 가을에는 한 자릿수로 내려가죠.”

문경은을 비롯한 농구 스타들은 원래 비시즌 기간에는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도시에 술을 마시러 원정 간 적도 있다고.

하지만 최근 농구인들 사이에서 골프가 인기를 끌고 몸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술은 멀리하게 됐다.

문경은은 “골프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그립, 어드레스, 스탠스 등의 작은 변화에도 샷의 방향과 거리가 달라져 아주 섬세한 스포츠라는 게 그의 얘기.

문경은은 팀 후배인 전희철과 자주 라운드를 한다. 싱글 골퍼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한 전희철은 19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다.

KCC ‘컴퓨터 가드’ 이상민도 골프 마니아. 농구인 골프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의 소유자. 가정적인 성격인 이상민은 새벽 골프를 선호하는데 그래야 점심 이후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SK 임재현은 중앙대 선배인 동부 강동희 코치, 중앙대 김영만 코치, KT&G 홍사붕 코치 등과 자주 어울린다.

프로 감독 가운데는 최근 오리온스 사령탑을 맡은 이충희 감독이 싱글 핸디캡의 강자로 불린다. 현역 시절 ‘신의 손’으로 불릴 만큼 최고 슈터였던 이 감독은 “공의 크기는 다르지만 농구처럼 바스켓에 넣든, 골프처럼 컵에 넣든 뭐든 자신 있다”고 자랑한다. 1997년 처음 골프에 입문해 베스트 스코어는 4년 전 자신이 회원으로 있던 비에이비스타CC에서 기록한 74타. 쇼트게임과 어프로치가 강해 내기 골프에서 좀처럼 돈을 잃는 법이 없다.

구력 8년인 KCC 허재 감독은 주당답게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골프야 뭐 그냥 치는 거고 그늘 집에서 멸치에 마시는 맥주가 최고죠.”

1999년 동부 전창진 감독은 핸디캡 12에 연습 벌레. 전 감독은 “라운드하고 난 뒤 꼭 연습장에 가서 복기를 해야 실력이 는다”고 주위에 조언할 정도.

강동희 코치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하는 ‘사이버 골프’ 재미에 빠져 있다.

프로 단장 중에는 최형길 KCC 단장이 안정된 싱글 골퍼로 ‘7자’도 자주 그린다. 300야드가 넘는 장타에 쇼트 게임도 뛰어나다.

최근 열심히 칼을 갈고 있는 농구 스타들은 21일 경기 여주군 금강CC에서 열리는 제5회 한국농구연맹(KBL) 골프대회에서 실력을 겨룬다. 지난겨울 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궜던 이들의 자존심 대결이 다시 한 번 볼 만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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