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까지 챙기겠다”는 盧대통령 비웃는 公의 타락

  • 입력 2007년 5월 18일 2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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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 정부 내에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입이 째진다”며 국정상황에 대한 자족감(自足感)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임기를 9개월 남긴 요즘 대통령 발밑에서 벌어지는 공직사회의 모럴해저드(기강 해이)는 마치 종합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현 정권 들어 공직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보은(報恩)-코드 인사에 남용되면서 공직사회에는 코드만 맞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혁신 세미나’를 핑계로 남미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 관광에 나섰던 감사혁신포럼 소속 공기업 감사들만 해도 “뭐가 잘못됐느냐”고 되레 항변할 정도였다. 회계장부조차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적 연줄 하나로 수억 원대 연봉을 받는 감사 자리를 꿰찼으니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질 리 없다.

혁신포럼 감사 61명 중 70%는 정치권에서 간 낙하산이다. 전체 공공기관 소속 감사 중 정치인 출신 비중도 김영삼 정부 24%, 김대중 정부 32%였던 것이 이 정부 들어 40%를 넘어섰다. 이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는 경험도 거의 없는 장관정책보좌관들이 파견돼 ‘코드 행정’이 잘 집행되는지를 감시해 왔다. 이처럼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이 무너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일탈(逸脫)과 무능, 무책임 행정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제 초등학교 소방훈련 도중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부모 2명이 소방고가사다리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이 단적인 예다. 1998년 납품 이후 한 번도 점검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규정조차 없었다고 하니 노 대통령 지시로 2004년 소방방재청까지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 사건이나 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지방선거 관련 비리 등도 청와대가 ‘엄정 처리’를 강조한 뒤에야 수사가 본격화됐다.

그 원죄는 노 정권에 있다. 노 대통령은 입으로는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을 챙기겠다”고 하지만 ‘노무현표 대선주자 만들기’와 ‘퇴임 후 정치’에만 관심이 팔려 있는 듯하다. 측근들과 함께 야당과 범(汎)여권의 주자들을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국정에 전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대통령부터 대선 정치의 한복판에서 유영(游泳)하고 있는 꼴이다.

친노세력 조직화에 나선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이병완 대표는 오늘 국정홍보처 산하 한국정책방송(K-TV)에 나와 참여정부의 치적을 자랑하는 1시간 반짜리 특강까지 한다. 이러니 노 대통령이 챙기겠다는 것이 국정인지, 코드인사인지, 정권 재창출인지 알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제라도 공(公)의 기강부터 다잡아 국정 마무리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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