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멋으로 선물로… 군용품 불티난다

  • 입력 2007년 5월 18일 12시 40분


코멘트
해외 군대용품을 판매하는 ‘DMZ’의 윤현진 사장은 평소에도 군복 차림을 즐기는 밀리터리 마니아. 자동차도 거금을 들여 ‘국방색’으로 도색했을 정도다. “입다 보면 군복만큼 편하고 폼 나는 게 없다”는 예찬이 끊이지 않는다. 원대연 기자
해외 군대용품을 판매하는 ‘DMZ’의 윤현진 사장은 평소에도 군복 차림을 즐기는 밀리터리 마니아. 자동차도 거금을 들여 ‘국방색’으로 도색했을 정도다. “입다 보면 군복만큼 편하고 폼 나는 게 없다”는 예찬이 끊이지 않는다. 원대연 기자
《군대 용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밀리터리 패션’의 열풍이 젊은 층을 휩쓴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요즘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다. 군대 생활에 요긴한 아이디어 물건을 파는 곳도 있고,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그런가 하면 골동품처럼 몇십 년 묵은 진짜 군복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군대용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한 누리꾼은 “현실과 추억이 공존함과 동시에 색다른 독특함도 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군사문화의 잔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밀리터리 문화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

○요즘 군대에선 이런 것도 쓴다

예전 군대에선 지급된 물품이 아니면 사용이 금지됐다. 물론 몰래 쓰는 ‘간 큰 군인’도 있었지만. 최근엔 병영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사제 용품’도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허용하는 부대가 많다고 한다. 군에서 제대한 예비역들도 편하다며 즐겨 찾는다.

양말은 사시사철 잘 나가는 품목. 날씨가 더워지면 특별한 양말이 인기다. 얇은 실로 짜 통풍이 잘되는 여름양말과 바닥에 고무로 된 돌기가 있어 군화와 밀착되는 발포양말이 대표적인 예. 발포양말은 행군을 하거나 훈련을 받을 때 좋다. 발목과 발바닥을 잡아 주는 이중양말도 인기 아이템.

철모 속에 대는 땀받이도 많이 팔린다. 훈련 때 땀이 흐르는 걸 막아 주고 머리도 보호한다. 냄새도 어느 정도 막아 주니 일석삼조다.

‘즉석 뽀글이’ 스팀 쿠커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발열체가 내장되어 찬물을 부어도 군대 별미인 라면을 앉은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다른 음식물도 데워 먹을 수 있다.

봄철 황사 시즌엔 황사용 마스크가 잘 나간다. 겨울철엔 다양한 기능의 장갑이나 안면마스크, 귀마개, 핫팩이 인기 상품이다.

○고생하는 애인 위해 이 정도 선물은 기본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최근 곰신의 선물 트렌드 중 하나는 ‘폭탄편지’다. 편지나 엽서 100통을 한꺼번에 보낸다. 군에 있는 남자친구야 이런 감격이 없지만 여자친구가 없는 주위 동료의 질시는 감수해야 한다.

먹을 것을 잔뜩 싸 보내는 종합선물세트는 전통적인 인기 선물. 요즘은 군에서도 어지간한 과자는 구할 수 있어 고급 수입과자세트를 많이 찾는다. 여름철에는 물에 타서 먹는 이온음료 가루도 잘 팔린다.

군인 남자친구와 사회인 여자친구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 ‘군바리와 고무신’은 단순한 선물의 수준을 넘어 군 입대를 앞둔 커플의 필독서가 됐다. 그림과 만화를 곁들여 읽기 편하면서도 그들만의 심경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하게 묘사한다. 후속편 ‘러브레터’도 인기몰이 중.

화장품도 잘 나간다. 스킨이나 로션, 선블록 크림은 필수다. 핸드크림이나 코팩, 세안용품이나 화이트닝 제품을 구하는 애인도 많다. 다만 군대에서 일일이 쓸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

○실제 군대 용품도 많이 찾아…희귀품 수집 열풍

군대 용품 마니아들은 한발 더 나간다. 진짜 군대에서 쓰던 물품을 찾는다. 얼핏 봐선 낡은 군용품에 불과한 물건도 이들에겐 최고의 수집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베스트 상품은 야전상의. 평소에 재킷으로 입기도 한다. 미군 용품을 선호하는 이가 많은데 ‘M65’가 가장 잘 나간다. 가격은 시대나 제품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0만 원 선. 1970, 80년대의 야전상의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독일 야전상의도 인기 있는 편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품은 희귀한 탓에 100만 원이 넘는데도 수집가의 타깃이 된다. 화려한 스타일이라 패션 용품으로도 각광 받는다.

군용가방은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닌 사람도 많이 쓴다. 튼튼한 데다 무게 분산이 잘돼 메기 편하다. 미군 제품이 주류지만 스위스나 스웨덴 군용가방도 사랑받는다. 20만, 30만 원대로 싼 편이 아니지만 등산용 등으로 즐겨 쓴다.

초보자로선 진품 여부를 구분하기가 몹시 어렵다. 인터넷에 풀린 상품은 중국산 ‘짝퉁’이 많다. 따라서 군대 용품을 구입할 때는 믿을 만한 전문가나 업소를 통하는 게 낫다. 서울 이태원시장 옆 골목의 ‘DMZ’는 군대 용품을 아는 이들에겐 익숙한 장소다. 사장인 윤현진 씨가 군대 용품의 매력에 흠뻑 빠진 애호가라 얘기만 들어도 재미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