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시내버스 임금협상은 타결됐지만…

  • 입력 2007년 5월 18일 0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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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협상이 17일 오전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대구시내버스 노조는 해마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파업 카드를 꺼내 들고 사측과 대구시를 압박해 번번이 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협상 타결=대구시내버스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하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16일 오후 시내버스 노사를 상대로 특별 조정에 들어갔다. 시내버스 노사는 17일 오전 4시경 핵심 쟁점인 임금 인상률 부분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구시와 시내버스 노사는 기본급 5.8% 인상, 표준운송원가 중 기업이윤 보장 비율 8% 인상(10%→18%), 운전사 1인당 무사고 장려수당 월 1만 원 인상(5만 원→6만 원)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언제까지 버스 승객들이 파업 위기에 내몰려야 하느냐”며 대구시와 시내버스 노사 양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구시내버스 노조는 2004년 5월 8일간 파업을 벌였으며 2005년, 2006년에는 파업 일보 직전에 임금 협상 등에 합의했다.

▽시민 부담 크게 늘어=이번 협상 타결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업계에 연간 410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는 대구시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번 임금 인상 등으로 시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만 120억∼130억 원으로 추산돼 올해 시내버스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가 총 58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막대한 세금이 버스회사의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고 있으나 시내버스 노조는 매년 파업을 미끼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있다”며 “파업 위기가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에 양보만 하는 대구시=시내버스 노사 조정 회의 전에 열린 마지막 교섭에서 사측은 대구시가 제시한 중재안을 바탕으로 4.9% 임금 인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금 10.4% 인상을 주장하며 서울과 부산의 임금 인상률(5.8%) 만큼은 따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결국 기본급 5.8% 인상을 관철했다.

또 사측도 시를 상대로 기업이윤 보장 비율 인상을 요구해 시가 제시한 7% 인상안보다 1%포인트 높은 8% 인상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파업 위기에 내몰린 대구시가 시내버스 노사 양측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사측이 그동안 요구해 온 지난해 퇴직금 자연증가분 62억 원에 대한 지원 요구를 더는 하지 않기로 한 만큼 시가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교통 전문가들은 “버스업계의 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퇴직금 자연증가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구시가 ‘지난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퇴직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 이 문제는 언제라도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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