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서초구 반포동 ‘버섯 생불고기’

  • 입력 200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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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만 해도 불고기는 생일 같은 ‘귀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요즘처럼 등심 안심 갈빗살 따져 가며 고기만 구워 먹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어머니는 가로세로로 잔칼질을 한 고기에 갖은 양념을 조물조물 버무려 불판에 구웠다. 모처럼 식탁에 오른 불고기는 씹힐 듯 말 듯 부드럽게 넘어갔지만 배불리 먹지는 못했다. 고기보다는 고기 양념이 잔뜩 밴 국물에 비빈 흰쌀밥을 더 맛있게 먹곤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회관의 ‘버섯 생불고기’(02-534-8184).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고기 전문점 틈바구니에서 20년 가까이 양념 불고기를 고집하고 있는 곳이다.

○주인장의 말(문춘혁 씨·59)

누가 뭐래도 불고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부드러운 고기에 자박자박한 국물은 남녀노소 3대가 어울릴 수 있는 맛이다.

고기는 질 좋은 목 등심을 사용한다. 다른 부위보다 부드럽고 결이 좋은 데다 육즙도 많이 난다. 고기는 냉동 상태에서 보관하다 랩으로 싼 뒤 영하 1∼3도에서 24시간 숙성시킨다. 고기 두께는 2∼3mm가 적당하다.

불고기의 핵심은 단맛과 짠맛을 줄이는 것이다. 덜 달고 덜 짜면서 고기 맛을 제대로 내야 한다.

처음에는 단맛이 많았지만 여러 해 소스를 연구하면서 단맛을 크게 줄였다. 버섯은 표고, 느타리, 팽이 등 세 가지 버섯을 듬뿍 넣는다. 고기와의 궁합이 좋다. 버섯 특유의 씹는 맛이 있고 고기의 산성을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주방에서

이곳 불고기의 특별한 비결은 소스다. 이 집에서 불고기를 먹으면 세 종류의 소스를 맛보게 된다.

우선 고기와 양념을 버무리는 소스에는 생강 간장 후추 마늘 미림 참기름 통깨 꿀 양파 배 옥배유(옥수수 씨눈으로 짠 기름)가 들어간다. 색다른 것은 간장과 꿀을 따로 끓인다는 점. 그래야 간장에서 쓰거나 거친 맛이 빠지고, 꿀에서도 자극적인 냄새가 사라진다. 물도 정수된 것을 쓰는 데 그러지 않으면 소스 맛이 달라진다는 게 문 씨의 설명이다. 정수된 물에 간장과 꿀, 각종 재료를 넣고 20분간 다시 끓인다.

불고기를 끓일 때 불판 주변에 담는 진육수도 별도로 만든다. 역시 정수된 물과 끓인 간장을 6.5 대 1의 비율로 섞은 뒤 설탕과 후추를 넣고 끓인다.

맨입으로 먹어 본 소스는 지나치게 짜거나 달지 않으면서 두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마지막으로 겨자 고추냉이(와사비) 간장 식초 레몬으로 만든 개인 접시용 소스가 나온다. 레몬과 겨자의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중화시킨다.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소스가 예술입니다.

▽주인장=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불만이나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조금씩 바꿔 봅니다.

▽식=고기의 질만 따지지 소스의 중요성을 잊은 감이 있습니다.

▽주=고기가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양념 불고기는 소스가 고기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소스가 없다면 양념 불고기 집은 접어야죠.

▽식=전복, 잣, 대추, 은행, 콩이 들어간 전복 돌솥밥 정식도 전문점 메뉴로 손색이 없는데요.

▽주=고기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분을 위한 메뉴입니다. 전복껍질과 게, 황태 머리, 다시다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짓습니다. 비벼 먹는 간장도 불고기 소스와 다른 것을 따로 만들어 씁니다. 음식의 생기(生氣)를 북돋는 노력이 빠지면 ‘죽은 음식’이 됩니다.

버섯 생불고기(200g) 1만3000원, 불고기나 황태구이가 곁들여지는 전복 돌솥밥 정식은 1만5000원.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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