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성 자격은 ‘백만장자’…美대선후보들 대부분 부자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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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2001년 이혼 법정에서 “7000달러(약 650만 원)가 전 재산”이라고 밝혔다. 6년이 지나 최근 줄리아니 시장이 연방선거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3000만 달러(약 278억 원)에 이른다.

약자 변론과 가난 퇴치 운동에 헌신해 온 민주당 대선주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헤지펀드 고문료를 포함해 3000만 달러에 가까운 재산을 신고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17일 연방선거위원회가 발표한 대선주자들의 재산 명세를 보도하면서 “2008년 대선 후보자들의 공통점은 부유함”이라고 보도했다.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연방선거법에 따라 재산 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재산 공개 자료로 누구보다 주목을 끈 후보는 역시 줄리아니 전 시장. 뉴욕시장 재직 시 그의 연봉은 19만5000달러에 불과했으나 공직을 떠난 후 재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주요 수입원은 회당 20만 달러에 이르는 강연료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시장으로 사태에 대처한 그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 지난해에만 124회의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그는 강연료만 1139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밖에 지난 한 해 동안 컨설팅 회사 ‘줄리아니 앤드 컴퍼니’에서 410만 달러, 로펌인 ‘브레이스웰 앤드 줄리아니’에서 12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저서 ‘리더십’도 잘 팔려 지난해 인세 수입이 14만6092달러였고, TV 드라마 ‘로 앤드 오더’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등에 출연해 496달러를 벌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헤지펀드인 포트리스 투자그룹의 고문을 맡은 뒤 돈방석에 오른 것으로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는 포트리스에서 지난해 47만9512달러의 연봉을 받았고 이 펀드를 통해 750만 달러의 투자 수입도 올렸다.

포트리스는 부자들의 조세 피난처로 이용되는 역외 펀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게 고리(高利)로 대출해 주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회사에도 투자하고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돈도 벌고 금융을 배우기 위해 포트리스에 합류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조언했을 뿐 포트리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에 투자하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의 강연료는 회당 3만∼4만 달러로 줄리아니 전 시장에 비하면 초라하다. 가난 퇴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그가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가난학’ 프로그램을 맡는 대가로 4만 달러를 받은 것도 눈에 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두 권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돼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희망의 대담함’으로 42만5490달러, ‘내 아버지의 꿈’으로 14만7490달러를 벌었다.

이 밖에 주요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아직까지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공개된 재산만으로도 백만장자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들까지 합할 경우 대선 후보 가운데 최고의 자산가는 롬니 전 주지사다. 그는 운영자금 규모(400억 달러)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공동 설립자로 전 재산이 3억5000만 달러(약 324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 의원은 재벌가의 딸과 재혼해 ‘유복함’을 자랑한다. 힐러리 의원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6년간 벌어들인 강연료만 4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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