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공부하는 축구 선수’… 협회-대학 ‘동상이몽’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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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들어 전국 대학의 축구 선수 대부분이 수업을 받은 일수는 많아야 14일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첫째 주와 전국 대회가 잠시 없는 이달 둘째 주가 전부였다. 대통령배와 춘계연맹전, 대학 1·2학년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느라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7개 대학 감독들을 만나 ‘공부하는 축구 선수’ 만들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협회가 내년부터 고교 선수들에게 팀 성적 증명서를 떼어 주지 않고 개별 경기 출전 성적표만 발급하려는 데 대한 현장 감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대학이 전국 대회 4강, 8강 등 팀 성적으로 선수들을 뽑으니 고교 선수들이 공부는 않고 훈련에만 집중해 여러 부작용이 나온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과 후 훈련하고 주말에 지역별 리그를 치르기 위한 선행 조치인 셈이다.

대학 감독들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팀 성적도 개인 평가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종목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성적에 목맨 대학 행정처가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등이 감독들이 밝힌 어려움이다.

축구협회와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은 “대학이 바뀌면 한국 축구도 바뀐다”고 말한다. 대학이 공부하는 선수를 뽑는 입시 제도를 만들면 중고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축구만 할 선수는 굳이 대학을 가지 않고 프로나 실업 팀을 택하면 된다.

그런데 대학마저 성적에 급급해 선수들의 ‘수업권’을 박탈하고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4년을 보내게 하는 상황이다. ‘공부하는 축구 선수 만들기’라는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변해야 한국 축구도 변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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