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최정란 ‘강물재판’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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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재판 - 최정란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살인사건이 있고 일 년이 지나면

범인을 강물에 들어가게 한다

슬픔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 가족은

그를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깊이 밀어 넣을 수도 있고

그를 용서하고 물 밖으로 나오게 할 수도 있다

그를 죽게 내버려두면 평생을 슬픔 속에 살게 되고

그를 용서하면 행복이 온다

낮꿈에도 가위눌려

허우적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않은 것일까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

사소한 일상의 재판으로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가두는 판결을 내렸던가

- 시집 ‘여우장갑’(문학의 전당) 중에서

강물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뭇 생명들의 멍든 가슴 씻어 내리느라 저토록 깊은 색을 띠는 것일까. 슬픔도 강물에 띄우면 대해로 가는구나. 상처와 아픔을 바로 보려면 일 년은 걸리는구나.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분노의 즉심(卽審)과 증오의 오심(誤審)에 괴로워했는가. 너를 가두면 내가 갇히고 너를 풀어주면 내가 풀리는구나. 마음의 분노가 별을 삼키려 할 때 저 강물을 떠올려야겠구나.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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