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에게 쓰는 편지]<상>결혼은 도피처가 아닙니다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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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정부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한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과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21일을 합친 이날을 계기로 부부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자는 취지다. 심리학자인 이진우 박사가 이 시대 바람직한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글을 보내왔다. 예비부부와 부부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상하로 싣는다. 이 박사는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플로리다대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심리학자로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국비폭력평화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혼율을 접하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일까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나는 우선,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결혼을 결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개인의 문제를 결혼으로 해결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큰 잘못입니다.

개인의 문제라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결혼으로 도피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해 보지 못해서 오는 자신감의 결여라든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든지,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결혼으로 이를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결혼하면 모든 것이 잘되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큰 착각입니다.

자기 혼자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처지에 결혼에 따른 큰 부담을 젊어지게 되면 결국 무리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개인의 내면 질서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우울하고,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매사에 불안을 느끼고, 자신이 없는 젊은이가 배우자에게 의지하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한다면 이는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또 부모의 간섭이 싫어서 해방되기 위해 결혼이라는 수단을 선택했다든지, 실연의 슬픔을 잊기 위해 결혼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들은 결혼 후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불씨가 됩니다.

사실 결혼 전 부모 슬하에서 겪던 문제에 비하면 결혼 후 배우자와, 그리고 양가 부모와 만남으로써 겪는 문제들은 훨씬 어렵고 복잡합니다. 여기에 아이까지 태어나면 그 부담의 무게란 엄청납니다. 가정 안에서 짊어진 책임도 커지고, 배우자와의 감정 처리도 힘들며,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견뎌야 하는 희생 등이 복잡하고 크기 때문입니다.

결혼할 때 두 사람의 성격이나 배경이 너무 다른 경우 융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서로 살면서 적응하고 배우고 양보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뿌리박힌 사고방식이나 어려서부터 골수에 박힌 관습은 떨쳐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정에서는 가족들의 심리적 갈등을 같이 의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집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가정은 가족 갈등을 개인 스스로 해결하는 집도 있습니다. 결혼 당사자들의 성장 배경의 차이가 빚어내는 불화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입니다.

결혼 결정은 명료한 의식과 이성을 가지고 결정해야 합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성적이며 계획적이고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모호한 감정과 직감 따위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완전한 인간도, 완전한 커플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완전한 인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타입인가를 알고 상대방이 지니는 장점과 그러한 장점에 항상 따라다니는 단점이 무엇인지를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그 단점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꾸준히 단점들을 고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성장배경을 갖고 자랐는지, 상대방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명상 수행은 바로 눈을 갖게 해 주는 수단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빗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느리지만 강력한 힘을 줄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 데 게으른 사람은 만사 사주팔자의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수행을 통해 자신을 극복하고 ‘작은 나’를 뛰어넘어 ‘큰 나’가 되면 사주팔자의 틀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됩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우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유사성은 중요한 자산과 같은 것이며 차이점은 빚과 같은 것입니다. 지적인 면으로 서로 비슷하고 많은 가치에 대해 서로 논의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영적인 일이나 가정생활에 비슷한 중요성을 둘 때 그것은 진정한 자산입니다. 또 두 사람이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면에서 진지하게 서로 늘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 자신을 대신해 배우자를 선택해 줄 수 없습니다. 결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배우자를 선택하지 마십시오. 결혼은 당신 자신의 일입니다. 더구나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정입니다.

심리학자 이진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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