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 노력했나, 국민이 반성하라’는 이재정 망언

  • 입력 2007년 5월 17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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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그제 남북경제협력포럼 특강에서 “돌이켜 보면 분단 이후 지금까지 국민이 얼마나 평화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깊이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건대 (남북)열차 시험운행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첫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명색이 장관이란 사람이 국민을 향해 이토록 모욕적인 말을 할 수 있는가. 구(舊)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집단의 남침(南侵)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다 숨져 간 호국 영령들과 그 뒤에 남은 자유대한 국민은 평화가 아닌 전쟁의 화신(化身)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국군 창설 이래 지금 이 순간까지 국방의 의무를 다해 온 예비역과 현역 군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 씨 자신은 고혈압 때문에 징집을 면제받았다고 하지만 아무튼 병역 의무를 다함으로써 평화를 지킨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전국 방방곡곡과 세계 곳곳에서 피땀 흘려 일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키워 낸 대다수 국민이 다 진정한 ‘평화 지킴이’이다. 이들의 근면과 희생이 있기에 핵을 가진 북 앞에서도 아직은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성직자로서 활동했다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해 몇 년간 지낸 것과 현 정권에서 민주평통 부의장으로 일한 것이 사회활동의 거의 전부다. 불법 대선자금 심부름으로 유죄까지 선고받았다.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평화’를 말하고 ‘반성‘을 촉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이 씨와 현 정부만의 치적은 아니며 평화를 위한 ‘첫출발’도 아니다. 단 한 차례의 열차 시험운행에 들어간 국민의 혈세가 5454억 원에 이른다. 국민은 경제난과 민생고로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를 위해 부담을 감수해 왔다. 국민에게 머리 숙여 고맙다고 절을 해도 부족할 판이다.

이 씨는 전에도 “4500만 남한 인구의 1인당 아침 식사비보다 적은 것을 (북에) 도와주면서 ‘퍼 준다’고 얘기하면 주고도 욕먹는다”고 했다. 원칙 없는 대북 지원을 비판하면 ‘쪼잔하게 군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그의 태도가 정말 안하무인이다. 그러면서도 북의 김일성·김정일 세습 전제(專制)체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비판적으로 한없이 부드러운 이 씨다.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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