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군위안부 결의안’ 재미 한인들의 정성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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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의 교민 K 씨는 14일(현지 시간) 급히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한 필리핀계 미국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K 씨는 미 하원에 제출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풀뿌리 운동’에 참여 중이다. 결의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통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한 결과 그 사람이 추천되자 자비를 들여 만나러 간 것이다.

# 11일 워싱턴 의사당 단지 내 레이번 빌딩의 하원 외교위원회 회의실. 일본 전통 다도(茶道)의 명인 센 겐시추 씨가 기모노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끓여 낸 차를 랜토스 외교위원장 부부에게 따라 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조종사 출신이라는 그는 일본 다도에 담긴 평화와 조화의 정신을 강조했다. 두 번이나 거절당한 끝에 랜토스 위원장을 모시는 데 성공한 가토 료조 일본 대사는 옆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 “실례합니다. 의원님.” 10일 오전 레이번 빌딩 앞. 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 건물에서 나올 때마다 ‘인권 옹호’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한인 교포들이 다가가 “군위안부 결의안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라고 소개하며 안내문을 건네주었다.

의원들은 안내문을 대충 읽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어 의원이 본회의장 앞 신호등에 멈춰 서면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단체협의회 김동석 소장이 다가가 “결의안 코스폰서(co-sponsor·공동 제안자) 등록을 검토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레이번 빌딩 내에선 3명씩 조를 짠 한인들이 의원들의 사무실을 찾아다녔다.

한 의원은 “인권문제인 만큼 꼭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대단한 정성들”이라며 악수로 격려의 뜻을 표한 의원도 있었다.

최근 들어 다섯 번째인 이날 의회 방문에 참여한 한인 자원봉사자는 45명. 이 중 38명은 뉴욕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오늘 받아 낸 코스폰서 등록 약속이 7명”이라는 성과 보고에 땡볕 아래서 그을린 얼굴들엔 기쁨이 가득했다.

# 결의안 제출자인 마이크 혼다 의원은 12일 “제출 100일 만에 코스폰서 122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개미들이 빵 조각을 물고 오듯 한인 유권자들이 한명 한명 접촉해 설득한 결과다. 의회 소식통은 16일 “랜토스 위원장이 23일 외교위원회 전체 회의에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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