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당대표 아닌 나라 구할 사람을 뽑는 것”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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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6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동해선을 내려다보며 남북 물류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성=신원건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6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동해선을 내려다보며 남북 물류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성=신원건 기자
■ 이명박 전 서울시장 동행 인터뷰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6일 “위기의 나라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당 대선후보를 뽑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강원 속초시에서 열린 속초·고성·양양 당원간담회에서 “지금은 당 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농어민과 서민이 잘살도록 해서 위기의 나라를 구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본보는 이날 이 전 시장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며 인터뷰를 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하고, 속초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 뒤 강릉 당원협의회 당직자 간담회를 가졌다. 강릉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다음은 이 전 시장이 본보 및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

“끼니도 제대로 못 채운 어린애에서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이런 혜택을 모든 사람이 같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가는 게 목표였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가는 게 목표였고, 그 다음에는 직장을 갖는 게 목표였고, 이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게 돼서 내가 가진 경험과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사람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치를 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이유는 권력을 잡고 돈도 벌자 이런 생각 때문이 아니다. 힘든 사람, 어렵게 사는 사람을 잘살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중재안 1, 2항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 국민 지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대통령이 되느냐 안 되느냐와 관계가 있다.”

―경선 룰 갈등과 관련한 처신이 ‘이명박스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이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이번에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 따라 일단 양보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혁에 대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만약에 요번에 양보하지 않았을 경우 경선 자체가 완전히 연기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의 진정한 개혁은 후보가 된 뒤 본격적으로 할 것이다.”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나.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 냈다. 논리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얘기를 할 것이다. 더 이상 수치나 기타 작은 것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인 경선체제로 돌입했는데….

“저는 당권을 가져 본 일이 없다. 저는 서울시장으로서 일을 해 오던 사람이다.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경제 살리기, 민생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 이런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겠다. 당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는 전통적인 방법보다는 새롭게 국민을 향해 해 보려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8월에 예정대로 경선이 치러질 거라고 생각하나.

“8월에 예정된 대로 진행돼야만 한다. 우리는 해야 할 것도 많고,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서도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외연도 확대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8월에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후보 검증과 관련해 검증과 네거티브의 구분이 쉽지 않은데….

“당이 다르면 음해성도 섞이고 네거티브가 섞일 수 있지만 우리 당이 검증하자고 하는 것은 후보가 상대방으로부터 피해 보지 않도록 미리 긍정적인 측면에서 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음해성은 당내에서 일어나면 안 될 것이다. 과거 이회창 후보 때 여당의 음해성 공격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 나중에 보니까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위원회 구성에 대한 생각은….

“당에 맡기면 된다. 후보가 팥 놔라 콩 놔라 하면 어려워진다. 검증위원이 외부에서 많이 들어와서 나쁠 것도 없고 당내에서도 공정한 사람이 들어오면 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세계의 성공한 지도자들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실현했다. 또 중요한 것은 실천력이다. 이 시대의 지도자는 창조적이어야 한다. 창조적인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현시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실천력 있는 지도자가 바로 새로운 지도자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범여권의 대선주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범여권이 통합돼서 강한 후보가 나와 연말 대선에서 진정한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 범여권에서 강한 후보가 나와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경우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내용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 택시 운영, 장애인 전문치료병원 설립 등 장애인 복지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아시는 많은 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2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이 전 시장의 캠프 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이 전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당심에서 박 전 대표에게 약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아주 구태의연한 생각이다. 지금 시대에는 바로 국민이 당원이고 당원이 국민이다. 어느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 국민의 지지가 바로 당심이고 당원이 바로 국민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려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기득권에 집착하고 부정과 비리가 있는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당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강재섭 대표가 당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으니만큼 잘 실천할 것으로 본다. 제가 후보가 되면 당을 환골탈태시킨다는 각오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속초에서 열린 속초·고성·양양 당원간담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6·25전쟁을 겪고 이 전쟁에서 어떻게 유엔군과 미국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는데, 또 가난했던 나라가 어떻게 해서 이만큼 살게 되었는데 ‘좌냐 우냐’ 하는 이념 전쟁이 있나”라며 현 정부 들어 계속된 이념 논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17일 오전 1시경까지 숙소로 찾아온 지역 당원들을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한 뒤 오전 2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속초·강릉=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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