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 혁신 말만 많고 해법 없어”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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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픈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1987년 맥킨지에 입사했다. 2004년 1월 서울사무소 대표로 부임하기 전에는 캐나다 토론토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네이털대에서 무역학사, 미국 튤레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업의 조직실행과 리더십, 리더십 승계 등의 분야 전문가로 맥킨지 주주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한국’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썼던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쏟아 냈다. 김재명 기자
스테픈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1987년 맥킨지에 입사했다. 2004년 1월 서울사무소 대표로 부임하기 전에는 캐나다 토론토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네이털대에서 무역학사, 미국 튤레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업의 조직실행과 리더십, 리더십 승계 등의 분야 전문가로 맥킨지 주주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한국’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썼던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쏟아 냈다. 김재명 기자
■스테픈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의 ‘한국생활 3년반’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에서는 변화와 혁신에 관한 말만 많았습니다. 노동과 교육, 기업규제 등 해묵은 주제에 대해 똑같은 논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음 정부는 이제 말은 그만하고 이런 논의들을 행동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스테픈 베어(53) 서울사무소 대표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3년 4개월간 경험한 한국에 대해 이렇게 말한 뒤 “근본적인 해결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러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1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7월 1일부터 맥킨지 북미지역 디렉터로 캐나다 토론토 사무소에서 일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애정 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을 지칭할 때 ‘한국’이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했을 정도다. 순두부찌개와 길거리 떡볶이를 그리워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는 10일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됐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 다음 날인 11일 출국해 이달 말경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동안 경험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한국인들의 애국심은 대단하다.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애국심이 넘쳐 비생산적인 국수주의가 되는 것은 문제다. 론스타 등의 사모(私募)투자펀드 관련 이슈는 내가 한국의 국수주의에 한 방 맞은 사례다. 특히 ‘국부 유출’ 등의 표현은 건강하지 못했다. 이는 외국의 대한(對韓)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외국자본의 직접투자(FDI)도 많이 줄었나.

“FDI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해외의 기업가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한국 투자에 대해 재고하게 된다고 한다. 기업은 매우 이성적인 집단이다. 규제와 노동 문제가 이들을 몰아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열정은 날 흥분하게 한다. 목표와 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고 과감하다. 우수한 노동력도 장점이다. 한국인은 근면하며 늦게까지 남아서 무엇이든 해낸다. 그러나 연공서열과 직장 내 위계질서 등 수직적 의사결정구조는 문제다. 이런 문화는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가로막는다. 생산성 저하의 가장 큰 이유다. 또 세계 최고의 인재 고용 모델을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장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능력(market sensing)이 떨어진다. 시장의 잠재적인 필요를 이해하고 시장을 앞서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사례는 무엇인가.

“우리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나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한 예가 많다. MP3플레이어가 그렇다.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모든 일을 혼자서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글로벌 기업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라다. 비슷하게도 할 줄 모른다. 각 시장의 특성을 모른다. 왜 그럴까? 한국의 대기업은 혼자서 다하기 때문이다. 애플 등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은 협업이 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한국)는 모든 일을 ‘집안’에서 해결하려 한다.”

―한국 기업은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창의성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전혀 새로운 제품이나 아이디어 서비스 등을 내는 ‘백지 창의력’이 있고 ‘뭔가 하나 나에게 주면 내가 한번 보고 더 좋게 만들어 줄게’와 같은 유형의 창의력이 있다. 우리는 후자에 강하며 이는 매우 중요한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따라만 해서는 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지 않나.

“이게 바로 샌드위치(넛크래커) 문제다. 한국이 과거에 잘했던 것은 시장을 보고 매우 빠르게 제품을 내는 것이었다. 휴대전화와 TV, 메모리 반도체가 그렇다. 투입 비용 대비 이익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비용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다. 인건비가 생산성 향상에 비해 너무 빠르게 올랐으며 경쟁 국가에 비해서도 빨리 올랐다. 백지 창의력의 부재로 부가가치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투입 비용을 줄이는 데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컨설팅사 대표로 있으면서 느낀 점은….

“한국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지난 3년여 동안 교육 환경 노동 규제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는 데 그쳤다. 다음 정부는 말은 그만하고 이런 논의들을 행동에 옮겨야 할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을 바꿀 것이라고 보는가.

“FTA는 전반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시장을 키울 것이다. 우리가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FTA는 매우 긍정적이다.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비스업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스테픈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1987년 맥킨지에 입사했다. 2004년 1월 서울사무소 대표로 부임하기 전에는 캐나다 토론토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네이털대에서 무역학사, 미국 튤레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업의 조직실행과 리더십, 리더십 승계 등의 분야 전문가로 맥킨지 주주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한국’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썼던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쏟아 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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