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영 책임 시청자에 떠넘기나”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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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 현진권 아주대 교수, 김진영 건국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신윤철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국장(왼쪽부터)이 16일 오후 공영방송 정체성 회복과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바른사회시민회의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 현진권 아주대 교수, 김진영 건국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신윤철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국장(왼쪽부터)이 16일 오후 공영방송 정체성 회복과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바른사회시민회의
‘KBS 수신료 인상’ 시민단체-학계 토론

KBS가 최근 디지털 전환비용을 명분으로 수신료 현실화(인상)를 추진 중인 데 대해 ‘공영방송의 본래 모습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남동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회의실에서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모습과 공영방송 재원 조달 문제’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어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강력 비판했다.

김진영(경제학) 건국대 교수는 이날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모습과 공영방송 재원조달 문제’ 보고서를 통해 ‘KBS의 상업방송화’ ‘방만한 KBS 재정의 문제점’ ‘공영방송 중립성 결여’ 등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KBS는 명목상 공영방송이지만 광고에 대한 높은 의존 등 재원 조달 측면에서 볼 때 상업방송에 가까워 공영과 민영방송의 성격이 혼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BS는 수신료 기반 방송과 광고 기반 방송으로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고, 이를 전제로 하지 않고 수신료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한 수신료와 광고 기반 방송의 분리는 광고를 하고 있는 KBS 2TV의 분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특히 “고비용의 디지털 방송 재원을 디지털 TV가 없는 시청자를 포함한 전체 TV 소유자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며 “국제 비교를 통해 한국의 수신료가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이나 방송 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특별히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KBS의 수입구조와 광고매출, 비용구조 현황을 토대로 방만 경영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제기했다. 그는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보더라도 수신료(한 달 2500원) 실질 수입이 감소했는데도 적자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은 1994년 위탁징수실시로 수신료 수입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방만한 운영도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며 “(KBS가) 다른 방송사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데다 수신료처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있으면 운영이 방만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뉴라이트전국연합 KBS 정상화 운동본부 신윤철 사무국장은 ‘TV 수신료 인상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물은 뒤, “매년 수신료 5000여억 원과 광고수입 7300여억 원 등 막대한 재원에도 부실 경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2003년을 기점으로 더욱 두드러졌다”며 “KBS는 자사 이기주의, 경영진의 낙하산 인사에 따른 권언유착, 무능 경영, 만성적자 등 구조적 원인에 대해 자기 혁신의 노력보다 수신료 등 외부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케이블이나 유선방송으로 지상파를 시청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등 매체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 수신료를 늘리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며 “시청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받는) 통합징수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은 KBS의 콘텐츠 부족과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치국 후보 위원 의혹을 받은 송두율 교수 관련 보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보도 등 KBS 뉴스를 지적한 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는 일말의 부끄러움을 가지고 편향된 방송을 했다면, 현 정권 때는 일종의 자기 확신을 가지고 편향된 방송을 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요구하려면 먼저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순기능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근 바른시민옴부즈맨 대표도 2001년 이후 KBS 재무제표를 분석해 “비용구조를 보면 KBS는 지상파 3사 중 인건비가 가장 높다”며 “콘텐츠 개발, 편파성 시비 근절, 경영합리화 노력 등 공영방송의 기능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진권(경제학) 아주대 교수는 “KBS는 상업방송에서 하지 않는 공익적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방송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더구나 시청자들이 KBS가 정치적으로 중립됐다고 믿지 않아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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