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싹수 노란 아이, 엄마 배 속서부터 관리”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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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출생 후 사회적으로 문제아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아이들을 태어나기 전 태아 단계에서부터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번 주 안에 ‘문제 가정’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가정양육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는 임신 16주 이후부터 아이가 태어나 두 살이 될 때까지 전문 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임신부의 흡연과 음주, 약물 남용을 제한하고 좋은 부모가 되도록 카운슬링을 진행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총리실은 우선 700만 파운드의 예산을 투입해 10개 지역에서 선정된 100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가정양육 파트너십’은 ‘문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범죄자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 따라서 태아 단계에서부터 그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시도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먼저 시행돼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를 받고’ 태어난 아이들의 지능지수나 언어능력, 건강상태가 좋았고, 부모의 아동학대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의 문제아’라고 배 속에서부터 낙인찍어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비판도 높다. 가디언은 “지금까지 시도된 문제 예방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상”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불우하거나 가정불화가 있는 ‘문제 가정’에 대한 정의도 뚜렷하지 않다.

한 가정복지 관련 기관의 대변인은 “소수 가정의 아이들만을 ‘미래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 관리하기보다 대다수 가정에서 건강하게 태아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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