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소굴' 미술협회…국내 최대 미술전 금품비리

  • 입력 2007년 5월 16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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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대한미술대전등 국내 유명미술대회에 대필등을 통해 입상하거나 서류조작등으로 입선시킨 일당이 적발됐다. 담당형사들이 상받은 작품을 도록과 비교하고 있다. 앞쪽은 회비와 돈을 받은 통장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대한미술대전등 국내 유명미술대회에 대필등을 통해 입상하거나 서류조작등으로 입선시킨 일당이 적발됐다. 담당형사들이 상받은 작품을 도록과 비교하고 있다. 앞쪽은 회비와 돈을 받은 통장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뇌물을 받고 수상작을 미리 정해놓고 심사를 진행한 전·현직 미술협회 간부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중견 작가들이 돈을 받고 공모전 출품작을 대신 그려주거나 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미 자격 회원을 신입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등 소문으로 떠돌던 미술계의 비리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심사위원들 비리 합숙회의=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제자나 동료화가에게 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입상시켜 준 혐의로 한국미술협회 전 이사장 하모(54) 씨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조모(60) 씨 등 심사위원과 협회 간부, 청탁 작가 등 미술대전 부정심사 혐의로 49명, 이사장 선거 부정 혐의로 46명을 입건하는 등 1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 씨는 협회 이사장으로 있던 지난해 4월28일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문 심사를 앞두고 이모 씨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 심사위원에게 압력을 넣어 이씨의 작품을 특선에 입상시켜 주는 등 12월까지 모두 4명의 작품을 부당하게 특선에 입상하도록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인화분과위원장 김모(53) 씨 등 2명은 제자 등으로부터 5600만 원을 받고 지난해 4월16일 서울 서초동의 한 모텔로 심사위원 11명 중 7명을 불러 2~3일간 합숙시키며 이들의 작품을 촬영한 사진을 미리 외우게 한 뒤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모(65) 씨 등 중견작가 2명은 2005년과 2006년 각각 1000만~1500만 원씩 금품을 받고 다른 작가들의 미술대전 공모작을 대신 그려주는 등 작품 대필이 성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미술협회 이사장 노모(57) 씨는 지난해 말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작품발표 실적과 연한을 허위로 기재한 부적격자 수백 명을 신입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수법으로 표를 끌어 모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대전서 입선하려면 최소 300만 원은 내야=지난해 4월 실시된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는 2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1차에서 모두 391점이 입선됐다. 이 가운데 113점은 2차 심사에서 특선으로 입상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황용수 팀장은 "1차와 2차에 입상한 작품들 95% 이상이 뇌물을 써서 당선된 작품들"이라며 "미술계에서는 입선은 300만~500만 원, 특선은 1500만~2000만 원 등 상급을 반납한다고 약속해야 당선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심사위원부터 집행위원들이 비율을 정해서 자신의 제자들의 입상을 미리 나눠먹어 왔다"며 "미술협회 전체가 썩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은 1949년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되다가 82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거쳐 89년 미술협회로 운영권이 넘어왔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신인 작가 등용문이다.

미술협회는 전국 137개 지부, 2만400여명의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간 회비로 지방회원에게는 2만5000원 서울거주 회원에게는 3만6000원의 회비를 걷고 출품을 하기 위해서는 한 작품당 5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경찰은 문인화 부문보다 규모가 더 큰 서양화, 동양화, 서예 등 다른 분문에서도 조직적으로 사전심사와 금품수수 등 비리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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