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이·충·희…그 이름 석자에 거는 기대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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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48) 동국대 농구부 감독이 프로농구 오리온스 감독을 맡았다.

프로 사령탑 복귀는 2000년 5월 LG와의 계약이 끝난 지 7년 만이다.

현역 시절 코트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이충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공백기는 길게만 느껴진다. 한창 지도자로 활동할 나이인 40대의 절반 넘게 벤치를 떠나 있었다.

7년 전 LG 감독으로서 거취가 불투명했을 때 만난 이 감독은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그는 “구단에서 빨리 결정만 내려 주기 바란다. 어디든 못 갈까”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에게 프로 코트 복귀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모교 고려대 감독을 맡았으나 온갖 외풍에 시달리다 불과 1년 만에 그만뒀다. TV 해설을 하다 지난해 아무 연고도 없는 동국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매년 프로 감독 교체가 거론되는 이맘때면 이 감독은 항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그를 선택하는 구단은 없었다.

열흘 전쯤 이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오리온스 감독이 확실해 보인다”고 묻자 “항상 그러다 말았는데…”라며 얼버무렸다.

결국 오리온스 감독으로 발표가 나자 이 김독은 “사실 너무 지쳐 있었다. 올해도 만약 안 되면 미련 없이 포기하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현역 시절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최고 스타였던 그는 LG 감독 때 신생 팀을 이끌며 끈끈한 수비와 다양한 전술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타 출신답게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를 고집하다 보니 주위와 마찰을 일으키거나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에 휘말렸고 프런트 쪽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지도자로 꼽히며 감독 인선 과정에서 번번이 ‘물’을 먹었다.

고려대 시절 은사인 박한 대학농구연맹 회장과 아마추어 현대에서 이 감독을 지도한 방열 씨는 “성실한 성격과 능력이야 이미 검증된 게 아니냐. 야인으로 있으면서 인간적으로 한층 성숙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라 무척 소중하다.”

한층 겸손하게 들리는 이 감독의 목소리는 뭔가 새로운 기대감이 들게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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