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04>儉故能廣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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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훈훈한 인정이 베풀어지는 모습을 본다.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떠돌면 곧이어 그런 사람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결코 재물이 많은 사람만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풍족하지 않은데도 항상 남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여유는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여유 있는 마음씨를 가질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儉故能廣(검고능광)’이라는 말이 있다. ‘儉’은 ‘적다, 검소하다’는 뜻이다. ‘勤儉(근검)’은 ‘부지런하고 적게 쓴다’는 말이다. ‘勤’은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儉素(검소)’는 ‘적게 쓰고 꾸밈이 없다’는 말이다. ‘素’는 ‘꾸밈이 없다’는 뜻이다. ‘福生於淸儉(복생어청검)’이라는 말이 있다. ‘복은 욕심이 없고 검소한 데에서 생긴다’는 말이다. ‘生’은 ‘생기다, 나타나다’라는 뜻이고, ‘淸’은 ‘맑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욕심이 없다’는 뜻이 생겨났다. ‘故’는 ‘원인, 이유’를 나타낸다. ‘儉故’는 ‘검소하기 때문에’라는 말이다. ‘能’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能力’은 ‘할 수 있는 힘’이고, ‘修學能力(수학능력)’은 ‘학문을 닦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修’는 ‘닦다, 다스리다’라는 뜻이다. ‘修能考査(수능고사)’는 ‘학문을 닦을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시험’이라는 말이 된다. ‘廣’은 ‘넓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널리 주다, 많은 사람에게 주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儉故能廣’은 ‘검소하기 때문에 널리 줄 수 있다’, 즉 ‘자신의 생활이 검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널리 베풀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재물이 풍부한 사람만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물이 많은 사람도 자신의 재물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면 남에게 베풀 수 없고, 비록 재물이 적을지라도 자신의 생활을 검소하게 하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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