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坡州처럼 인허가를 빠르게 했더라면

  • 입력 2007년 5월 15일 2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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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 민원서류를 예상보다 빨리 처리해 주면 담당 공무원이 감사 대상이 되는 게 한국의 규제문화다. 로비를 받았거나 금품이 오갔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파주시에선 법정 처리기한이 14일인 공장설립 인허가 신청서류를 담당 공무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6일 이상 잡아두기를 세 차례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유화선 시장이 2005년부터 민원처리기간 단축방안을 추진한 결과다. 파주에 매년 2200개의 새 공장이 들어서는 비결이 보인다.

매일 오전 8시에 열리는 파주시청 실무종합회의에선 17개 부서 베테랑 공무원들이 전날 들어온 인허가 신청서류를 종합 검토해 접수 사흘 만에 결과를 알려준다. 서류 보완 기간도 10일로 대폭 줄였다. 군부대의 동의가 필요한 민원은 담당 공무원들이 동의신청서를 직접 군부대에 가져간다. 시민의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군부대도 이에 호응해 민원처리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자체에 제출된 민원서류는 여러 부서를 돌며 검토 절차를 되풀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파주시는 중앙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실패한 ‘원스톱 서비스’를 해냈다. 그동안 150개 지자체가 ‘파주의 혁신’을 배우기 위해 1300명의 공무원을 파견했을 정도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의 취임사에서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여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는 말이 빠진 적이 없다. 그러나 국내 기업도, 외자(外資)도 이런 빈말에 냉소한다. 그런데 파주시청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존 규제뿐 아니라 신설, 강화되는 규제까지도 심사해 걸러낸다. 이미 361개 규제 중 170개를 폐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공장입지(立地) 선정에서 설립 승인까지 보통 35개, 수도권은 39개의 규제를 받는다. 30일 시한인 사전 환경성 검토가 6개월을 끄는 바람에 1년 3개월 만에 공장을 지은 기업도 있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한국에서 기업 할 마음이 싹 가신다고 한다. 정부가 파주처럼 인허가 개혁을 했더라면 제조업의 ‘탈(脫)한국’ 행렬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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