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구아수폭포 ‘혁신 세미나’와 미주리 골프 연수

  • 입력 2007년 5월 15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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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 21명이 남미(南美) 이구아수폭포로 ‘업무 혁신’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 1인당 800만 원의 출장 경비는 소속 기업 및 기관이 부담했다. 출장 기간 열흘 중에 딱 한 번 세미나를 연다. 출장을 주관한 ‘감사포럼’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를 혁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1월 기획예산처가 주선해 만든 모임이다. 이 포럼의 첫 행사가 세미나로 포장한 남미 관광이다. 지구 저 반대편으로 날아간 감사들은 대개 정치권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정권의 낙하산’이다.

공무원 해외연수도 ‘놀자판’이라는 보도다. 매년 400여 명의 공무원이 국민 세금으로 해외 장기연수를 떠나지만 골프장을 벗 삼는 사람이 많다. 연수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있는 미국 미주리 주에서는 한 달에 15회 이상 골프장을 찾는 공복(公僕)도 있다고 한다. 각 부처에서 해외 공관에 파견하는 주재관도 윗사람이 오면 공항에 마중 나가고 함께 골프 치는 것으로 세금 쓰기 일쑤다. 해외 주재관은 현 정부 들어 25%나 늘어 258명에 이른다.

이구아수폭포 세미나와 미주리 골프는 정부가 자랑해 온 공공혁신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공공기관 감사들의 남미 관광비는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다. 이들이 소속 기관 예산으로 나른하게 놀다 오면 기관 감사를 더 엄격하게 할까, 업무 자세가 흐물흐물해질까. 이런 사람들이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낭비를 제대로 감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부문의 낭비와 부실은 결국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고 만다.

가장 좋은 해법은 민영화다. 공공부문 개혁에 성공하고 있는 일본도 핵심은 ‘관(官)에서 민(民)으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노골적으로 기피한다. 집권 4년여 만에 공무원을 4만 명 늘린 것과 같은 코드다.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무원 수 늘리기에 바쁜 정부가 국민에게 안기는 것은 무거운 세금과 민간부문의 위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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