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불은 목조 기와건물 5채 중 안채 84㎡(25.4평)를 태워 2900여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낸 뒤 1시간 반 만에 진화됐다.
이 집에서 함께 사는 친척인 박모(80·여) 씨는 "갑자기 불꽃이 '딱 딱' 튀는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는데 부엌과 다른 방에서 불길이 솟는 것을 보고 서둘러 밖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 집에는 숨진 박증순(93) 씨 등 2명만 살고 있었다.
숨진 종부 박 씨는 조선 성종의 스승이었던 폄재공 최온의 12대 종부이며 소설 혼불의 며느리 효원 아씨의 모델이었다.
종부 박 씨는 18세에 전남 보성에서 시집와 75년 동안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으며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둘째 딸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영희(68) 씨이며 아들은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화재가 난 건물은 1905년경에 지어졌으며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숨진 박 씨의 방에 있는 변압기 합선으로 인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말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여인들의 애환을 담은 소설로 삭령 최 씨 종가가 모델이었다.
최 씨는 이 소설로 단재상 호암상 전북애향대상 등을 받았고 1998년 암으로 숨졌다.
남원=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