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혼불'의 종가 화재

  • 입력 2007년 5월 15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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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화재로 전소된 남원 삭녕최씨 종가 안채.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15일 화재로 전소된 남원 삭녕최씨 종가 안채.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고 최명희 씨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인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 삭령(朔寧) 최 씨 폄재공파 종가에서 15일 새벽에 불이 나 90대 종부(宗婦)가 불에 타 숨졌다.

이날 불은 목조 기와건물 5채 중 안채 84㎡(25.4평)를 태워 2900여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낸 뒤 1시간 반 만에 진화됐다.

이 집에서 함께 사는 친척인 박모(80·여) 씨는 "갑자기 불꽃이 '딱 딱' 튀는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는데 부엌과 다른 방에서 불길이 솟는 것을 보고 서둘러 밖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 집에는 숨진 박증순(93) 씨 등 2명만 살고 있었다.

숨진 종부 박 씨는 조선 성종의 스승이었던 폄재공 최온의 12대 종부이며 소설 혼불의 며느리 효원 아씨의 모델이었다.

종부 박 씨는 18세에 전남 보성에서 시집와 75년 동안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으며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둘째 딸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영희(68) 씨이며 아들은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화재가 난 건물은 1905년경에 지어졌으며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숨진 박 씨의 방에 있는 변압기 합선으로 인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말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여인들의 애환을 담은 소설로 삭령 최 씨 종가가 모델이었다.

최 씨는 이 소설로 단재상 호암상 전북애향대상 등을 받았고 1998년 암으로 숨졌다.

남원=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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