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생각나무]독서, 꼭 해야 하나?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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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시간만 나면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만화책이라면 몰라도 재미없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 밝고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테니까요.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 공부하기도 힘들고 학원 가기도 바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시간이 나면 재미없는 책까지 읽으라고 강요합니다. 마치 부모님이 읽어야 할 책을 우리에게 읽으라고 하는 것도 같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십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첫째,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공부를 잘할 수 있고, 둘째, 감동적인 책을 많이 읽으면 착한 아이나 멋진 아이가 될 수 있으며, 셋째, 독서는 인격수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옳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책은 재미가 없습니다. 만화책이나 판타지 소설이라면 몰라도 글자가 많은 책들은 재미가 없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재미없는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괜히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하려면 먼저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정보는 인터넷이나 TV 또는 신문으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교과서가 충분하지 않다면 어린이들을 위해 재미있고 유익한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과서 이외의 다른 책들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화영화나 재미있는 TV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일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세상입니다. 전자사전이면 웬만한 것은 다 알 수 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을 이용해 전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책을 반드시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게임만 잘해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운동선수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습니다. 개그맨이나 탤런트가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도 대학교를 다니다 그만두지 않았습니까?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님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탤런트들도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유명한 탤런트가 될 수 있고 이름 있는 개그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사만 잘해도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어른들을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그분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독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어른들이 먼저 책을 많이 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에게는 독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사람을 잘 사귀는 것이 중요하고 일을 열심히 잘하는 것이 중요한 듯합니다.

어떤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재미없는 책이 너무 많습니다. 어린이는 먼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가정이 먼저입니다. 독서를 강요하기보다는 부모님께서 먼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필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학부모님께 드리는 말씀

‘박우현의 생각나무’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증진하기 위해 기획된 글입니다. 이 글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글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린이라면 위의 내용에 대해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의도를 감안해서 학생들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만약 위의 내용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박우현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평생교육원 원장·‘논리를 모르면 웃을 수도 없다’ ‘논술은 짧고 철학은 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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