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멋진 대통령감이라면 후보 경쟁서의 패배도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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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온 ‘절대반지’는 갈등의 씨앗이다. 반지만 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탓에 끝없이 다툼이 벌어진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반지 근처에만 가면 욕심으로 일그러진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경쟁자라는 이유로 기꺼이 죽일 태세가 되어버린다.

‘절대반지’ 이야기는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절대반지’를 ‘권력’으로 바꿔 생각해 보자. 권력만 얻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탓에 끊임없이 다툼이 벌어진다. 권력 앞에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으며, 심지어 아버지를 내쫓고 아들에게 독약을 주는 일까지 벌어진다.

정치권은 지금 ‘절대반지’를 놓고 한바탕 전쟁 중이다. 한나라당의 ‘투 톱’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 후보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날을 벼리고 있다. 여권은 여권대로 ‘평생 동지’인 듯했던 대통령과 주변 정치인들이 서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권력이란 원래 싸움을 키우는 속성이 있다. 높이 나는 새일수록 떨어질 때 충격은 더 크게 마련이다. 스크루지는 돈을 벌수록 더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명성이 높아지고 부가 쌓여 갈수록, 이를 잃었을 때의 아픔은 더욱 크다. 추락의 공포는 욕망을 부채질하고, 자라난 욕심은 현실을 냉철하게 보는 눈을 멀게 한다. 정치의 잔인함은 이런 과정을 먹고 자란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여 서로 이기는 길을 찾는 기술이 아니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금의 갈등을 부드럽게 풀 능력도 지녔을 터다. 대권을 놓고 벌어지는 정당 안에서의 다툼은 각 후보가 ‘대통령감’인지를 가늠 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보다 각 정당 후보자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과 타협이 더 큰 볼거리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 컨설턴트였던 딕 모리스는 “프로 정치인이라면 패배도 단지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고 충고한다. 경쟁자를 제치는 데 온 힘을 쏟다 보면, 정작 민심을 잃어 더 크게 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 쉽다. 다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멋진 대통령감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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