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하이킥]‘난, 논술로 갔다’ 펴낸 서울법대 문승기 씨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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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재명 기자
사진=김재명 기자
《책 많이 읽고, 생각 많이 하고, 글 많이 써보고…. 그래야 논술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비결’입니다. 대입 수험생들에겐 논술을 따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최세미 기자의 논술 하이킥’이 오늘부터 격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아주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논술 학습 노하우를 가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를 찾아가 그 비법을 전해드릴 것입니다.》

대학 입시에도 ‘막판 뒤집기’는 있다. 서울대 법대 2학년 문승기(20·사진) 씨가 그랬다. 2006학년도 입시에서 그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는 471점.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합격자 평균점수보다 10점가량 낮았단다. ‘9회말 투아웃’에서 그는 논술이란 ‘홈런’을 날렸다. 명작 우화를 인용해 창의적으로 쓴 글 덕분에 그는 합격했다.

문 씨는 논술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고전을 읽어야 한다거나 선생님이 제시하는 모범답안 수준만큼 써야 한다는 부담감부터 내던져 버렸다. △내 수준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많이 읽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읽자는 2대 원칙을 세웠다. 지난해 말 자신의 합격비법을 담은 책 ‘난, 논술로 갔다’를 펴낸 문 씨가 생생하게 전하는 논술 대비 노하우.



○ 나 자신을 알자

“동화책을 주로 읽었어요.”

짧게 대답한 문 씨가 눈으로 웃어 보였다. 그는 한 번도 어려운 책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배경지식을 담은 두꺼운 ‘논술 대비서’들은 읽자니 어려워서 진도가 안 나갔고, 안 읽자니 산 것이 아깝기만 했다. 그는 마음을 비웠다. ‘내 독서수준을 솔직하게 진단하자. 쉬운 책이라도 내가 제대로 소화하면 그만이다.’ ‘어린왕자’ ‘손도끼’ 같은 동화책은 정독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좋았다. 단순한 줄거리, 적은 수의 등장인물, 큼직한 글씨, 심심찮게 등장하는 삽화는 수험생에게도 별 부담이 되지 않았다.

특히 ‘어린왕자’는 수능이 끝난 뒤 한 달 반가량의 논술 준비기간에만 5회를 반복해 읽었다. 나중에는 ‘어린왕자’를 자신의 시각으로 정밀분석한 노트까지 만들었다.

문 씨는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에서 장 피에르 다비드가 쓴 ‘다시 만난 어린 왕자’의 내용을 인용했다.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논하라’는 논제에 대해 그는 먼저 ‘정당한 경쟁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이 책에 등장하는 ‘초록 사나이’를 예로 끌어왔다. 붉은 색 꽃만 보면 총을 쏴 대는 ‘초록 사나이’. 문 씨는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색깔론’을 초록 사나이에 빗대면서, 이런 감정적인 편 가르기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일관된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글을 전개했다.

○ 제대로 읽어야 제대로 쓴다

동화책으로 읽기와 생각하기의 기본을 다진 문 씨는 신문과 월간 잡지로 논술 실전능력을 쌓았다. 스스로 세운 원칙은 ‘기사가 가진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나의 판단에 따라 비판적이고 도전적으로 읽는다’는 것. 특히 신문이나 잡지, 책에서 읽었던 좋은 문장 100여 개를 옮겨 적은 ‘글감노트’는 논술고사 직전에 다시 읽었다.

☞월간 잡지=한 가지 주제를 심층적으로 풀어쓰는 해설기사가 많다. 이런 긴 호흡의 심층기사들은 문단과 문단 사이의 논리적인 연결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이 사회의 흐름을 깊이 있게 짚어내 쓴 글인 만큼 시사 상식을 넓히는 데도 효과적이다. 문 씨는 과학 전문잡지인 ‘과학동아’와 대입용 시사 잡지인 ‘틴뉴스’를 고교 3년간 정기 구독했다.

☞신문=고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신문을 읽었다. 아침 식사 전 10분 남짓 신문을 빠른 속도로 넘기면서 머리기사들을 제목 위주로 훑어본다. 그러면서 논술에 도움이 될 만한 분석 기사나 칼럼을 6, 7개 선택해 어머니에게 스크랩을 부탁한다. 하교 후에는 스크랩한 기사를 20분가량 읽는다. 논술문에 인용할 만한 좋은 문구가 있으면 별표를 붙이고 글감노트에 적어 둔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사이면서도 기사 내에 개념정의가 없을 경우엔 사전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개념을 학습한 뒤 그 내용을 기사에 덧붙였다. 배경지식 공부가 저절로 됐다. 기사 도입부가 주제를 제대로 관통하지 못하다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도입부를 다시 썼다.

○ 친구는 훌륭한 스승

독서클럽에서 친구들이 쓴 글은 문 씨에겐 요긴한 ‘참고서’였다. 자신보다 잘 쓴 글에선 배울 점을 찾았고, 못 쓴 글에선 주의해야 할 점을 되새겼다. 서론이 창의적이고 논리 전개가 매끄러운 친구의 글은 마음에 드는 부분을 몇 번이고 원고지에 베껴 썼다. 어색한 표현에는 별도 표시를 한 다음 더 좋은 표현을 생각해 써넣어 보았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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