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그렇지…”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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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장영달 원내대표(왼쪽)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최근 범여권 일각에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을 대선 주자로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장영달 원내대표(왼쪽)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최근 범여권 일각에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을 대선 주자로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합뉴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범여권 대선후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지난달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비(非)한나라당 진영에서는 문 사장과 박 행장의 이름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 사장은 14일 현재 몽골에, 박 행장은 미국에 출장 중이다.

▽“위험한 한탕주의”=그러나 문 사장과 박 행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한나라당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 이미 중도하차한 고건 전 국무총리, 정 전 총장과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사람들의 얼굴을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나”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아무리 인물이 없다지만 전혀 검증이 안 된 정치권 밖의 인물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한 한탕주의이며 성공할 리도 없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분들인데 소중하게 자기 진로를 고민하도록 정치권이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살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붙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고 전 총리와 정 전 총장의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이 이들보다 중량감이 훨씬 떨어지는 외부 인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들을 진짜 대선 후보로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한 일종의 액세서리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한나라당 진영이 당초 목표로 내세운 ‘시민단체세력과의 연대’도 거의 진전이 없는 실정. 시민세력과의 통합을 모색하겠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그 사람들과 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누구=문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7월까지 정치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으며 대선에 나서게 되면 국민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보호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환경운동을 활발히 해 온 문 사장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계획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58세인 문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중동고,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상무, 부사장을 거쳐 1995년 사장이 됐다.

박 행장은 아직 공개석상에서 정치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 정치 상황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59세인 박 행장은 충남 금산 출신으로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LG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일부 범여권 인사들은 박 행장의 ‘연세대-금융업’ 이력이 ‘고려대-건설업’인 이 전 시장의 이력과 대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노 대통령의 뜻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선 출마가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세균-박상천-김한길 정치생명 ‘통합게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가 범여권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정치 생명을 건 ‘3각 게임’을 벌이고 있다.

물론 3명 가운데 박 대표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민주당은 의석수(13석)는 적지만 호남이란 확실한 지역 기반을 가진 데다 현 정부의 국정 실패 책임 논란에서도 자유로워 양측의 구애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박 대표는 연일 107개의 의석을 가진 열린우리당과 20개의 의석을 가진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상대로 큰소리치고 있다.

박 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도개혁주의자가 아니거나, 그 세력이나 인물을 받음으로써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국민 지지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영입할 수 없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국정 실패에 명백한 책임이 있는 인물, 전직 총리, 정책노선 결정에 영향을 끼친 장관, 좌편향 진보 노선을 고집한 전직 당의장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김근태 전 의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배제 대상이 된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이인제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하자 난파 직전의 열린우리당호의 선장인 정 의장은 난감한 모습이다.

정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당은 개방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여러 세력이 배를 만들어 띄운다고 하면 이 배를 탈 것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자유의지”라고 주장했다.

김성곤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부도난 집안 딸들을 싼값에 데려가면서 얼굴 예쁜 사람만 데려가겠다는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이 자존심까지 부도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김 대표는 원래 정 의장과 함께 ‘바른정치실천연구회’ 멤버로 가까운 사이다.

김 대표는 2002년 대선 때 노 후보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지만 현 정부에서 요직에 등용되지 않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의장과 달리 노 대통령에게 빚이 없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두 같이 가야 한다는 정 의장의 대통합론에 반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탈노무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선 노 대통령이 만든 틀,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일이 필요하다”며 일단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세 불리기, 몸값 부풀리기에 연연한다면 12월 대통령선거를 포기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한다는 따가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라며 박 대표와 기싸움도 벌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손학규 “신당 새 주역 찾아 인물 대장정”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14일 “새로운 정당은 새로운 주역이 이끌어야 한다”며 “역량 있는 사람을 모시는 인물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전진코리아 제2차 범국민토론회에 참석해 “기존 정치권의 통합 논의에 국민들은 어떤 희망도 두고 있지 않다”며 현재 진행되는 범여권의 통합 논의와 별도로 신당을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존 통합 논의는 새로운 정치 질서로 승화되어야 하며 새로운 정당이 건설된다면 파산 선고를 받은 기존 정당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글로벌 시대를 열어갈 국제 감각과 경영 마인드를 갖춘 검증된 일꾼을 직접 찾아가 일하시기를 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당이 없는 정치’와 ‘국민이 없는 정치’를 벌이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범여권을 동시에 비판했다.

손 전 지사의 측근은 “다음 달 17일 출범 예정인 손 전 지사 지지세력 ‘선진평화연대’ 출범에 앞서 공개적으로 정치적 인사를 포함해 많은 새 인물을 만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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