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심고 행복캐는 ‘섬마을 선생님’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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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왼쪽 뒤) 이은정(왼쪽 앞) 씨 부부와 이작분교 아이들이 지난해 한 극단의 초청을 받아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사진 제공 이작분교
이인순(왼쪽 뒤) 이은정(왼쪽 앞) 씨 부부와 이작분교 아이들이 지난해 한 극단의 초청을 받아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사진 제공 이작분교
인천 이작분교 이인순-이은정 씨 부부, 학생 12명과 ‘세상밖 여행’

인천에서 두 시간가량 배를 타면 가수 이미자의 노래 제목을 딴 ‘섬마을 선생’이란 영화의 배경이 됐던 대이작도(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닿는다. 영화 속 계남분교와 총각 선생님은 사라졌지만 부부 교사와 섬마을 아이 12명이 이작분교에서 노래만큼 따뜻한 ‘사랑’을 만들고 있다.

이인순(36), 이은정(38) 교사 부부는 2005년 2월 이작분교에 부임했다. 들꽃을 공부하는 답사 모임에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섬 근무를 자원했다.

인구가 200명 남짓한 작은 섬이어서 부모들이 생계를 잇는 데 급급했다. 아이들의 공부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남편인 이 교사는 “섬 안 세상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체험하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친구에게 부탁해 4인조 현악단을 초청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맛본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해 어설픈 작은 연주회도 열었다. 다른 학교 동료인 미술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리도록 하기도 했다. 여름 휴가차 섬을 찾은 전직 야구 선수에겐 체육 수업을, 공학 연구원에게는 과학 특강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섬 아이들의 사연을 담은 견학 신청서를 대기업 등에 보냈다. 이들 기업의 후원으로 아이들은 서울, 제주도, 강화도 등지로 신나는 여행을 다녔다. 또 아이들이 한자능력시험과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을 치르는 등 공부에도 열의를 갖게 만들었다. 교사와 아이들이 ‘바다를 사랑하는 이작분교 열두 명의 천사들’이라는 블로그(blog.paran.com/ijakboongyo)를 함께 만들었다. 막내인 다섯 살 강바다 군을 비롯해 아이 12명의 일상이 담겨 있는 이 블로그에는 하루 30∼50명의 누리꾼이 들르고 있다.

이 교사 부부는 지난해부터 마을 어른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치고 마을 주민들이 대이작도를 홍보 전단을 만드는 일도 돕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토요일마다 직접 인천에서 유제품을 사들여 와 마을 곳곳에 배달하고 있다. 이들은 “벽지 근무 규정에 따라 2년 뒤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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