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짱 키짱에 배짱 갖춘 ‘파워걸’“엄마!여자친구가 무서워”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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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강해지는데 남자애들은 공부나 심리적인 면에서 옛날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알파걸에 밀리는 남자아이들을 일컬어 베타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홍진환  기자
여자애들은 강해지는데 남자애들은 공부나 심리적인 면에서 옛날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알파걸에 밀리는 남자아이들을 일컬어 베타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홍진환 기자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5학년 딸 남매를 키우는 주부 박경은(38·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두고 고민이 많다. 지금 사는 곳이라면 남녀공학에 배정받을 확률이 높다. 아들은 이미 집에서도 자기보다 공부 잘하는 여동생에게 치이고 학교에서도 잘난 여자친구들에 치여 살고 있는데(?) 중학교까지 남녀공학으로 간다면 여자들에게 계속 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곧 중학생이 될 아들을 둔 엄마들은 박 씨처럼 남녀공학에 보낼지, 남자 중학교에 보낼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여자들이 워낙 공부를 잘해 남학생의 내신이 불리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실제 많은 엄마가 여자와의 경쟁을 포기하고 ‘남중’을 택하는 게 속 편하다는 분위기다. 불리한 싸움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씨도 현재 남자중학교로 배정 받을 수 있는 옆 동네로 이사를 해야 할까 심각히 고민 중이다.

주부 김모(39·서울 종로구 내수동) 씨는 “이성에 눈 뜨는 사춘기에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이 이성 문제를 잘못 풀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며 “이미 경험을 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여자들의 우수한 성적에도 밀리지 않을 뚝심이 있거나 이성에 끌렸을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공부와 생활을 지켜갈 수 있다면 공학에 보내도 좋다’는 게 공통적인 조언”이라고 전한다.

‘교내 여풍(女風)’은 이성 관계의 주도권을 바꿔 놓았다. 모든 면에서 거리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 아이들은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마음을 표현하며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나선다. 남자 아이들이 여자들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주부 박모(38·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처음에는 문자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는 여자 친구한테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더니 이내 시들해하는 아들에게 ‘친구가 싫어졌느냐’고 물으니 ‘싫은 게 아니라 (속도에) 맞추지 못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 초등학교에서 합주단을 이끌고 있는 음악 강사 임현성(42·경기 성남시) 씨는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질문도 잘하고 호응도가 훨씬 높다 보니 수업을 여학생들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술 강사 김진순(37·경기 고양시) 씨도 “여자 아이들이 숙제도 잘해 오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좋다”며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 눈치 보면서 기가 꺾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약한 남학생’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이 전적으로 엄마들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엄마의 아들에 대한 통제와 보호적 측면이 강해졌고 △초등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남성 롤 모델이 없는 데다 △여자는 항상 보호하고 지켜 주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을 학습 받은 남학생들이 ‘여자와의 경쟁’을 피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경애 사외기자 elleshe9@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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