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자연책보다 자연과 놀게 하세요

“아이가 동물을 좋아해요. 자연 관찰 책을 사 주고 싶어요.”

3∼5세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이번엔 다른 말이 나온다.

“자연 관찰 책을 안 보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요?”

왜 그럴까? 동물을 좋아한다던 아이들, 그래서 엄마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을 보여 주었는데 결과는 실패가 너무 많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아이와 엄마가 자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개 엄마는 아이가 뭔가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그것에 대해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엄마는 아이가 동물이며 식물 이름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동물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이자,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는 자연 혹은 생명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림 책 주인공이나 장난감이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것처럼 여기는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걸 깨닫는 건 훨씬 뒤 일이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다르다.

동물이나 식물이 죽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이란 상대를 같은 위치에서 보고 느낄 수 있을 때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우선 자연이랑 친해질 필요가 있다.

머리로만 상상하는 친구보다 진짜로 만나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친구가 정말 친구인 것처럼, 자연도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것보다 주위에서 자주 직접 보고 관찰할 수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기왕이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동물이나 식물을 보게 해 주면 더 좋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자연 관찰 대상은 주로 벌레 종류인데, 엄마가 징그럽다고 피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아이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책은 자연 다음이다. 자연을 보여 주고 더 많이 체험하면 자연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은 결국 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