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스승의 힘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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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에는 학창 시절 은사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전화가 1년에 1000건가량 걸려온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는 하루 50∼60건에 이른다. 꼭 한번 만나 뵙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사연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생님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우리 주위에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아직 많다는 희망적인 증거다.

▷대구 경일여고는 ‘잘사는 동네’에 위치한 학교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고교 입학 당시의 평균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다.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잘 가르쳐 어느 부촌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냈다. 지난해 서울대에 13명을 진학시켰고 올해에는 5명을 보냈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 수는 전국 여자고교 가운데 가장 많았다.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바로 이런 힘이 아닐까. 이 유쾌한 반전은 학생 개개인을 상대로 맞춤교육을 한 교사들의 손에서 나왔다.

▷전남 영광의 해룡고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교가 됐다. 다른 지역의 교사들이 이 학교의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해 줄을 이어 찾는다. 대도시의 학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 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그러나 교사들의 열성이 사교육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만들었다. 얼마 전만 해도 학생들이 더 좋은 학교나 학원을 찾아 인근 도시로, 서울로 빠져나갔지만 해룡고의 교육성과가 알려지면서 이젠 대도시에서 거꾸로 유학을 온다.

▷이들 학교뿐이 아니다. 학교 밖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교사는 많다. 말로만 학생을 위한다고 떠드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보여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이들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촌지나 선물을 이유로 휴교하는 학교가 많고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이 잘 안다. 어떤 선생님이 참된 스승인지를. 학생들은 평생 그들을 기억할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스승의 날은 이런 교사들에게 감사의 꽃을 드리는 날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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