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5월 시행된 일본 헌법은 제9조에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명시한 이 조항 때문에 일본 헌법은 ‘평화헌법’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아베 신조 총리도 3일 평화헌법 60주년 담화에서 “헌법을 정점으로 한 행정 시스템의 기본 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국방예산 규모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에 이은 세계 4위의 군사 강국이다. 자위대만 해도 유엔 평화유지활동 참가 확대와 이라크전 파병 등을 통해 활동 영역을 급속히 넓혀 왔다. 최근엔 차세대 전투기인 F-22 스텔스 100대를 도입하려는 일본의 계획에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동북아에서의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를 더 깊게 했다.
아베 총리의 개헌 의지는 일본 국민 다수의 뜻과도 거리가 멀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개헌 찬성(58%)이 반대(27%)보다 많았지만, 찬성 이유로 ‘헌법 9조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은 6%에 불과했다. 절대 다수인 84%도 개헌의 목적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새 권리나 제도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함으로써 그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일본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진정한 ‘보통 국가’가 되고 싶다면 헌법에 손대기보다는 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제하에서 자행됐던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21세기의 선진대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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