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는 ‘세계 株價 폭등’ 사실도 알고 있나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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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든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가 1,600을 돌파하자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이 청와대브리핑에 “주가는 경제의 종합 성적표로 상승의 배경엔 참여정부의 일관된 정책, 경제 체질 강화가 큰 힘이 됐다”고 공치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틈만 나면 주가, 외환보유액, 수출 등을 내세우며 “현 정부 들어 경제가 건실해졌다”고 주장하던 것과 똑같은 논리다.

주가가 오른 것은 당연히 기뻐할 일이지만 본보(11일자 A3면)가 이미 지적했듯이 현재의 주가는 세계 증시의 상승에 따라 동반 상승한 것이다. 증권거래소가 현 정부 출범일인 2003년 2월 25일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44개 주요 국가의 주가지수 상승률 순위를 따져 봤더니 한국이 23위였다. 우리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나라 중에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독일 스웨덴 덴마크 룩셈부르크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도 많았다. “자생적 주가 상승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편승했기 때문에 흥분과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증시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높은 청년실업률과 저조한 일자리 창출, 소득 격차 확대, 서민 울린 집값 앙등 등 민생경제지표는 참담한 지경이다. 자영업에 실패해 단순노무자가 된 국민이 작년에만 4만8000명에 이르는 등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확대가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바탕에는 낮은 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저하가 버티고 있다. 집권 4년 3개월 내내 균형발전과 분배 코드에 얽매여 정부만 키우고 시장과 기업은 억누르는 바람에 나라의 장기경쟁력이 훼손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가 지고 가야 할 부담이다.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주가(株價) 자화자찬으로 경제 실정(失政)을 덮으려는 것인가. 유리한 지표만 내세워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은 현실 왜곡의 차원을 넘어 문제 해결의 가능성마저 막아 버린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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