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룰 물밑협상 난항…빅2 ‘姜퇴진 이후’ 준비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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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어떤 생각…1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식 일정 없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자 한 방송사 취재진이 박 전 대표의 근황을 포착하기 위해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박근혜는 어떤 생각…
1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식 일정 없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자 한 방송사 취재진이 박 전 대표의 근황을 포착하기 위해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을 놓고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15일 상임전국위원회의 중재안 상정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도 “(지금 양보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 측은 이, 박 양 캠프와 물밑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사실상 “협상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여론조사 관련 조항을 조정하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하기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캠프의 견해를 다시 한 번 전달했다”고 말했다.》

▽두 대선주자 캠프의 향후 전략은=‘경선 불참 시사’ 카드까지 내보인 박 전 대표 측은 당분간 ‘중재안이 상정 통과되면 제대로 된 경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홍보전에 치중하면서 이 전 시장 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재안이 상임전국위에 상정될 것에 대비해 ‘친(親)박근혜’ 성향의 상임전국위원들을 단속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상임전국위가 열려도 의사 진행 발언 등을 통해 상정을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의 일방적 중재안 거부로 당이 분열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근혜 책임론’을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캠프 일부에선 “한발 물러서 합의안을 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지만 “추가 협상 불가” 또는 “중재안 강행 처리”를 요구하는 강경파 목소리가 훨씬 많고, 결정의 키를 쥔 이 전 시장 역시 강경론 쪽으로 더 기울어졌다는 관측이다.

▽물밑협상 무산되나=강 대표의 측근인 박 실장과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인 김학원 의원이 현재 양 대선주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주 말부터 양 대선주자 측근 의원들과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강 대표 측 관계자는 “두 대선주자 캠프의 태도가 워낙 완강해 중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안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김학원 의원은 협상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는 통화에서 “11일 강 대표에게서 ‘도와 달라’는 취지의 전화가 왔다”며 “현재 양 대선주자 측근 의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번 주 중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합의 시한을 상임전국위가 열리는 15일로 잡고 있지만 그 이후에라도 합의만 된다면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이 전 시장 측이 여론의 추이를 보아 가며 막판에 당 균열을 막았다는 ‘명분’을 챙기며 양보할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부정적인 관측이 더 많다.

▽강 대표 체제 무너지면=중재안의 상임전국위 안건 상정이 무산되고 빅2가 서로 양보하지 않을 경우 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하다. 강 대표는 15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16일 사퇴하겠다며 보좌진에게 물러날 경우에 대비해 짐 정리를 해 놓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강 대표가 물러날 경우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출된 이재오 최고위원이 자리를 승계하지만 그가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지도부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열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문제는 임시 전대를 열 경우 또다시 ‘빅2’의 대리전이 불가피하다는 점. 양 진영은 겉으로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강 대표 체제 붕괴 이후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빅2 캠프가 임시 전대에 대비해 어떤 의원들을 ‘대표 선수’들로 내보낼 것인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가 열리면 8월 경선도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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