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평가포럼, 대선 개입한 뒤 ‘노무현黨’ 만드나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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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족식에서 포럼 대표를 맡은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누리꾼 격려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이 전 실장 왼쪽이 공동집행위원장인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이 전 실장 오른쪽으로 한 명 건너 상임 공동집행위원장인 안희정 씨.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족식에서 포럼 대표를 맡은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누리꾼 격려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이 전 실장 왼쪽이 공동집행위원장인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이 전 실장 오른쪽으로 한 명 건너 상임 공동집행위원장인 안희정 씨.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정책을 평가 홍보한다는 취지로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씨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핵심인사들이 만든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이 전국 조직화에 나서자 부적절한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정부 업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나 사실상 정치 세력화를 시도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19, 20일 충남 천안시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워크숍을 열고 포럼의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만수 참평포럼 공동집행위원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각 지역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무슨 근거로 (정치 조직화할 것이라고) 의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 개입?=참평포럼 공동집행위원장인 안희정 씨는 10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참평포럼은 통합신당을 반대하거나 당내 경선에 개입하고자 만든 조직은 아니다. 부당하게 참여정부를 공격하지 않는 한 참평포럼의 공격을 받을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만수 위원장도 “구체적인 후보와 연관된 활동을 한다면 정치라고 하겠지만 그건 아니다”면서 “오해와 왜곡에 근거해 참여정부를 부당하게 공격한다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부당한 비판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후보를 공격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일정 정도의 정치 개입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병완 참평포럼 대표가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 ‘살모사 정치’라고 비난한 것이 한 예. 참평포럼은 두 전 의장 측이 반발하자 “비유가 그렇다. (살모사 정치가) 아니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두 전 의장 측이 “당 잔류파의 진지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 “저질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도 이런 정치 개입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결국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만 잔류할 경우 참평포럼이 이들과 합류해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친위 조직이 여당 역할을 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 조직화, 정당 조직화 전 단계?=참평포럼은 올해 대통령선거 이전에 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조직이 결국 대선 이후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당 조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정말 참여정부 평가만이 목적이라면 지역조직이 필요할 까닭이 없고, 세력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는데 참평포럼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평포럼 핵심인사들과 가까운 범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계속 자신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혀 왔다”며 “예전부터 참여정부의 정책과 가치를 계승하는 문제를 고민해 왔고 참평포럼이 그 결과물”이라고 정당 조직화를 당연시했다.

친노 인터넷 매체에 자주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김석수 씨는 “지나치게 조직화해 공개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이를 정치세력의 도구로 삼는 것에는 비판적이다”며 “차라리 ‘노무현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시험 보고 채점도 하나’=참평포럼이 내세우는 정책 평가 및 홍보라는 목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의심을 사는 것은 그 구성원이 현 정부 관료 및 청와대 핵심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오르긴 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얼마 전까지 10%대로 추락한 국정운영 지지도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자기가 시험 보고 자기가 채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대통령을 보좌했거나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평가를 자처하고 나선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어수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학자나 전문가 등 제3의 기관에서 하는 평가라면 모를까, 홍보용 평가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평가 결과물이 나와도 그걸로 임기 말에 정책 수정을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참평포럼 조직과 구성=참평포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현 정부 장관 출신 인사는 10명이 넘는다.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은 장관직을 마친 뒤 17대 총선이나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기영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도 있다.

포럼 활동은 200여 명의 운영위원 중심이다. 이들은 포럼 창립 시 10만∼100만 원의 회비를 냈다. 운영위원회 산하 집행위원회는 안희정 씨와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영화배우 명계남 씨가 공동집행위원장이다. 안 씨는 상임이고 두 명은 비상임이다.

일반 회원은 현재 300∼400명. 대표적 친노 외곽그룹이었던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의 해산 직전 회원수는 3000명이었다. 현재 포럼의 지역조직은 대전·충남이 유일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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