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03>學不厭而敎不倦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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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과정에서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지루함이다. 일단 지루함이 들기 시작하면 일을 잘하기 어렵다. 지루함은 언제 찾아올까? 결과에 집착할 때 찾아든다.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지루함이 바람처럼 찾아온다. 그러나 어떤 일은, 아니 대부분의 일은 한 세월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타난다.

결과에 집착하면 큰일을 해낼 수 없다. 배우는 일도 그렇다. 예전의 학동이 산 속 스승을 찾아가면 나무하기 3년, 청소하기 3년을 거치게 했다. 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한 것 같다. 배우는 일은 수많은 단련을 요구한다. 가르치는 일도 그렇다. 가르침의 결과를 기대하면 곧바로 지루함이 온다. 한없이 가르치고 가르친 후에야 가르침의 효과가 나타난다.

學不厭而敎不倦(학불염이교불권)이라는 말이 있다. 제자가 공자에게 “선생님은 성인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나는 성인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어서 한 말이다. 學은 배운다는 뜻이다. 厭은 싫다라는 뜻이다. 敎는 가르친다는 뜻이다. 敎學相長(교학상장)은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자라게 한다, 즉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게 된다는 뜻이다. 倦은 게으르다, 쉬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學不厭而敎不倦은 배우는 것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인류의 스승이라고 하는 공자 같은 분이 배움에 싫증을 느끼지 않았음은 배움에 끝이 없음을 말해준다. 공자는 가르침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훌륭한 제자나 못난 제자를 구분하지 않고, 교육의 효과에 눈을 감고 한없이 가르쳤음을 의미한다. 배우고 가르침의 끝없음을 공자가 보여 준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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