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웃어 버린 뉴스앵커…웃지 못할 방송사고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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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아 어떡해∼.”

드라마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 뉴스 보도 중 여성 앵커가 웃음을 못 참고 이 말을 연발했다. 12일 오전 6시 MBC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던 장미일 앵커는 ‘열차 시험운행 군사보장 합의’ 기사를 소개하며 ‘피식’ 웃기 시작했다. 함께 진행을 맡은 김병헌 앵커가 보도 중 말을 더듬거렸기 때문. 이어 장 앵커는 오늘의 날씨를 소개하며 웃음을 터뜨리더니 “어떡해”라는 말과 함께 방송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방송 후 이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는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ID GOLDOK02)는 “뉴스는 장난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또 다른 시청자(ID KNIGHT9969)는 “방송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꾸짖었다. 물론 뉴스와 오락 프로를 구별하지 못하는 듯 ‘간만에 즐겁게 웃었다’ ‘인간적 모습을 봤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이런 엇갈린 반응에 방송 관계자들이 너무 쉽게 안도하지 않을지 걱정이 됐다. 최근 들어 인간적인 것으로 치부하기엔 어이없는 실수가 빈발하고 있어서다. 6일 방영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에서 벌어진 ‘가짜 다이아몬드 사건’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개그우먼 이영자가 나중에 “재미를 위한 과장이었다”고 사과했지만 졸지에 ‘가짜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 이소라는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야 했다.

6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선 한 개그맨이 애인을 무대 위로 불러내 키스하며 공개 청혼을 했다. ‘공공재인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하느냐’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시청률 경쟁에 기강 해이가 겹치면서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희한한 실수와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인간적으로 있을 수 있는 작은 실수’라고 가볍게 넘겨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지상파 위기론’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개인별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해마다 줄고 있다. 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 핵심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익성’이라는 언론학자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실수가 잦아진다면 그건 더는 실수가 아니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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