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평생 친구’ 당뇨병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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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속의 당 성분, 즉 혈당(血糖)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가 당뇨병이다. 지방질이 쌓여 딱딱해진 혈관 속을 설탕물처럼 끈적끈적한 피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증세는 삼다일소(三多一少). 물을 많이 마시고, 밥을 많이 먹고, 오줌을 많이 눈다. 반면에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갈증을 많이 느낀다 해서 한방에서는 소갈증(消渴症)이라고 한다. 기원전 4세기 인도의 의사 수스트라는 당뇨병 환자에 대해 “오줌이 달아서 개미와 곤충이 모여들었다”고 묘사했다.

▷당뇨병은 과도한 영양 섭취 때문에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부자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이 부족한 탓인지 왕실에 환자가 많았다. 세종대왕도 당뇨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몸이 비중(肥重)하고 식성이 좋아 하루 네 번 식사를 했고 고기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을 만큼 육류를 즐겼다고 한다. 말년엔 옆 사람도 못 알아볼 만큼 시력이 쇠퇴했다고 하니 전형적인 합병증 증세다.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가 처음으로 국민표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의 7.75%인 270만 명이 당뇨병 환자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는 환자도 많지만 사망률도 높다. 당뇨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일본의 5.9명에 비하면 6배나 높은 수치다.

▷당뇨병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20만 원으로 모든 병의 환자 평균 진료비 47만 원의 4배가 넘는다. 8%가 안 되는 당뇨병 환자가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진료비 비율은 19.25%에 이른다.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1997년 국가당뇨예방프로그램(NDEP)을 만들었고, 일본도 ‘건강일본21’ 정책을 통해 적정 체중 유지와 평균 보행량(하루 1만 보)을 권고한다.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다. 예방도 가능하고, 환자가 됐더라도 적절히 대응하면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다. 의사들은 당뇨병을 ‘평생 친구’로 여기라고 조언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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