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만에 대학 재입학과 트로트 가수의 꿈을 한번에…

  • 입력 2007년 5월 1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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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던 서울대생이 20여 년 만에 대학 재입학과 유명 트로트 가수의 꿈을 한꺼번에 이뤘다.

현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3학년생인 양미정(42·여) 씨는 1984년 이 학교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둔 뒤 '밤무대' 무명 트로트 가수로 생계를 꾸려왔다.

양 씨는 학교를 그만 둘 당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비는 물론 차비도 없이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서울대생 과외 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였던 당시, 노래를 부르는 데에 자질이 있었던 그에겐 밤무대 가수가 빠른 돈벌이었다.

두 오빠도 변변한 직업이 없고 부모님마저 병상에 눕는 바람에 대학 캠퍼스 대신 밤무대를 전전하며 20,30대를 보냈다. 그러다 갈고 닦은 실력은 2004년 1집 음반으로 발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2집 음반으로 이어졌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랍니다."

양 씨는 음반 발매에 이어 2006년 서울대 재입학과 함께 이번 달 20일 MBC '가요큰잔치'와 21일 KBS '가요무대' 출연이 확정되자 꿈은 뒤늦게라도 이뤄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난달 탤런트 박웅 씨가 운영하는 '웅기획'에 스카우트된 양 씨는 더 이상 밤무대가 아닌 방송무대로 본격적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학생으로서, 가수로서 이른 나이는 아니지만 양 씨의 꿈은 계속된다. 그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니 적극적으로 살게 된다"며 "앞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는 등 공부 욕심이 마구 생긴다"고 말했다.

학업과 함께 가수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양 씨는 "이왕 하려면 가수의 꿈도 제대로 이뤄야 한다"며 "아들, 딸 같은 대학 친구들을 포털 사이트 팬 카페에 가입시키고 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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