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원개발에서 미국·유럽 밀어내기

  • 입력 2007년 5월 13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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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독립국가연합(CIS) 주변 석유·가스의 개발과 수송에서 미국과 유럽을 잇달아 밀어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카스피 해 연안국가인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잇달아 방문해 중앙아시아의 가스를 러시아 땅으로 끌어들이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카스피 해를 횡단해 유럽으로 가스를 직송하려던 미국과 유럽의 계획에 쐐기가 박히게 된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 주변 영토에서 서방의 자원 개발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행보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피 해 유전과 천연가스는 '누구도 쉽게 손에 쥘 수 없는 흑진주'로 불려왔다. 자원 개발에 따른 투자 위험도가 높은 데다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가 제각각 눈독을 들여온 탓에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의 합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카스피 해 가스관 연장 공사에 회의적이었다. 이곳의 공사비용은 다른 곳에 비해 10배 이상 든다는 것이 러시아 가스관 회사들의 계산 결과였다.

그런데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및 투르크메니스탄과의 3각 동맹을 이용해 선수를 쳤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7월 이전에 카스피 해 연안 가스관을 재건하는 계약을 맺고 내년에 가스관 확장 공사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3국이 합의한 가스관 노선은 중앙 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러시아로 보내는 공사로, 가스관은 카스피 해 동북쪽 연안에 별도로 건설된다. 카스피 해 연안 항구 투르크멘바쉬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 가스관과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기습을 당한 셈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어느 노선에 가스를 채워줄지가 관건이지만 두 국가가 러시아 쪽에 가스를 계속 보내는 것만으로도 서방의 계획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북극해 최대 천연자원 매장지로 알려진 바렌츠 해 가스 개발에서 미국과 유럽 기업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도 세웠다. 바렌츠 해 가스 개발을 2015년까지 미루고 가스프롬의 지분을 늘린다는 것이 러시아의 계획이다. 사할린-Ⅱ 프로젝트에서 지분이 전혀 없던 가스프롬은 최근 최대 지분권을 행사하는 회사로 바뀌었다.

그러나 카스피해 연안국이 러시아의 계획대로 움직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앙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른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쪽에 가스를 채워주는 댓가로 석유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서방이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설립에 외교력을 집중할 경우 러시아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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