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선박 선원가족 "늑장 신고 이해 못해"

  • 입력 2007년 5월 13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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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선박의 실종 선원 가족들은 13일 선박 관리회사인 부산 동구 초량동의 부광해운 사무실에 나와 중국 선박의 늑장신고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구조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기관장 전해동(58) 씨의 형 해도(66) 씨는 "15년간 선원생활을 해 봤지만 배를 들이받고 상대 선박의 안전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던 길을 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제때 신고만 됐더라도 선원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셩호의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는 "배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등 위험에 닥치면 인근 선박이 알 수 있도록 자동 경보장치가 작동하게 돼 있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며 회사 측의 성의 있는 대답을 요구했다.

선장 허용윤(58) 씨의 부인 장한금(60) 씨는 "지난 주 군산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고 선박이 잠시 머문 군산에서 아버지를 만나 5일 어린이날을 보냈다는 1항사 한승복(44) 씨의 딸(10)은 어머니 권경옥(44) 씨의 눈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훔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실신해 겨우 정신을 차린 2기사 하지욱(20) 씨의 어머니 정영숙(47) 씨는 "마른하늘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이냐"며 "우리아들은 살아있을 것"이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2005년 해사고를 졸업한 하 씨는 다른 배를 타다 3월25일부터 군 입대 대신 방위산업체 근무요원으로 이 배를 타기 시작했다.

사고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출발해 13일 새벽 부산에 도착했다는 1기사 임규용(44) 씨의 형 규성(48) 씨는 "최악의 경우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회사 측이 실종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부광해운 측은 "현지 영사관을 통해 사고 경위와 수색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중이며 이와 별도로 15일중 실종자 가족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사고 경과를 점검하고 사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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