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한가닥 기대마저…”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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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밤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앞으로 그룹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홍진환 기자
11일 낮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밤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앞으로 그룹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홍진환 기자
■ 한화그룹-재계 표정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11일 밤 김승연 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직원들은 “그래도 한 가닥 불구속 가능성을 기대했는데 총수가 폭행 혐의로 구속된 것이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의 구속이 앞으로 그룹 이미지와 경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했다.

한화그룹은 총수 구속이란 충격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경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룹 측은 계열사별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되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그룹 경영기획실과 사장단 간의 조율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일형 홍보담당 부사장은 “이 일로 경영공백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당장 비상경영에 필요한 조직을 신설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경영에서 김 회장 개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의존해 온 부분이 커 어떤 형태로든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구속 기간이 길어지면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의 대형 사업은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기업이미지(CI)를 새로 만드는 한편 해외사업 비중을 현재의 10% 수준에서 2011년까지 40%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해외사업 개척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 가운데는 김 회장이 직접 해외를 다니며 검토해 온 것도 적지 않아 그의 장기 공백은 사업 진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재계는 이번 사건이 김 회장의 개인적 잘못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의 문제인데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 전체를 매도하면 안 될 것”이라며 “국민의 높은 관심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기고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구속영장 발부 직후 내놓은 ‘사과문’에서 재계와 한화 임직원들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였을 것이나 예상치 못하게 일이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여론의 질타 앞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일에 대한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으며 앞으로는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각오로 기업경영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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