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물들이…그린 신인류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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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남자프로골프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17개 대회 중 무려 11개 대회에서 20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대교체가 ‘돌풍’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거의 ‘지각변동’ 수준이다. 그 중심에는 김경태(21·연세대)가 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프로 데뷔전인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메이저대회인 매경오픈 우승컵마저 품에 안았다. ‘한장상-김승학-최상호-최경주’ 계보를 이을 스타가 나왔다는 격찬까지 나왔다. 나이로만 따져도 16년 이상 차이 나는 최경주(37·나이키골프) 이전 세대와 김경태를 비롯한 젊은 세대. 두 세대 사이에는 세월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 연습생 출신에서 최고 골퍼로 ‘기성세대’

최상호(52·카스코)는 독종이다. 중2 때 뉴코리아CC 연습생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산전수전 다 겪었다. 변변한 연습 도구가 없어 쇠파이프로 스윙을 연습하기도 했다.

최경주도 어렵게 골프를 시작했다. 역도 선수를 하다 고교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1993년 프로테스트를 받을 때도 남의 채를 빌려 써야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잡았던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 역시 생계 수단으로 연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라 사치성 취미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 그들은 억척스럽게 골프에 매달렸고 지금의 한국 골프를 일궈냈다.

○ 기본기부터 제대로 배운 ‘영건 세대’

김경태의 아버지 김기창 씨는 레슨 프로다. 프로 골퍼가 되고 싶었지만 군복무 공백기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그 꿈은 아들이 이뤘다. 김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골프를 체계적으로 가르쳤다. 흔들림 없이 중앙을 향하는 샷, 정확한 퍼팅…. 김경태의 기본기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갖춰졌다.

지난해 상금왕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골프에 입문해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여자 골프의 경우도 아버지들의 ‘바지 바람’ 영향이 컸다. 국내 여자골프 최강자 신지애(19·하이마트) 역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지도 아래 정식 골프 교육을 받았다.

‘영건 세대’는 어린 나이에 골프채를 잡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어도 열성적인 부모 덕분에 해외 전지훈련도 갈 수 있었고 레슨도 체계적으로 받았다.

○ ‘세대 경쟁’ 국내 골프 흥행 이끌까

세월이 흐르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깨 너머 골프를 배웠건 프로에게서 배웠건 한 시절을 호령하는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한 자기 관리가 그것이다.

골프는 40대가 넘어서도 20대와 경쟁할 수 있는 종목이다. 최상호는 2005년 매경오픈에서 50세의 나이로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황금곰’ 잭 니클로스는 1986년 46세의 나이로 ‘신이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었다.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20대가 독주하란 법은 없다. 노장들은 그들만의 경험이 있는 법. 올 시즌 국내 투어에서 ‘세대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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