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 대선 덕에 ‘절 받기 바쁜’ 北 김영남 위원장

  • 입력 2007년 5월 11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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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 중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그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만나 활짝 웃으며 악수를 하고 40분 동안 환담을 나누었다. 북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은 국내 언론의 단골 뉴스메이커다. 일주일 전쯤에는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일행을 접견했고, 3월 8일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만나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세 사람 모두 범여권 또는 비(非)한나라당 그룹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지만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는 당적(黨籍)조차 없는 개인 신분이다. 그런데도 북은 김영남의 손 전 지사 접견 장면이 남쪽에 방송될 수 있도록 송출을 허가했다. ‘남조선의 대선주자’들이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 달려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남의 대통령 선거에서 북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북한과 협상을 벌일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부 정치인이 중구난방으로 평양에 가서 대북 협상 보따리를 풀어 놓는 데 따른 대북정책의 혼선도 큰 문제다. 그들이 과연 김영남에게서 실효성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김영남이 대외적으로는 권력서열 2위이지만 ‘얼굴 마담’에 불과하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안다. 그는 김정일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 멤버도 아니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너도 나도 만수대 의사당으로 달려가는 것은 북의 ‘남조선 대선 전략’에 편승해 몸값을 높여 보려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며칠 전 ‘제8회 세계 한민족 포럼’ 특강에서 “핵을 가진 북한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철저히 장악할 것이며, 전쟁 일보 직전의 전술을 통해 한국 국내정치에 개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실험으로 남한 주민들의 ‘인질심리 상태’를 조성해 대선 개입의 지렛대로 쓰려 한다는 것이다.

북은 올해가 들어서면서부터 남의 친북·좌파세력에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라며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경쟁하듯 북의 얼굴마담과 만나는 것이 대선 가도에서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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