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1차 협상 '순항'… 기본틀 가닥

  • 입력 2007년 5월 11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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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이 11일 상품 양허틀 합의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종료된다.

양측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 때 큰 갈등을 빚었던 투자자-국가소송(ISD) 등 일부 민감한 부분은 일찌감치 협상 의제에서 제외해 전체 협상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양측은 이날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계속된 닷새간의 1차 협상 일정을 마치고 오후 4시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와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가참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 협상 기본틀 윤곽… 공산품 관세 10년 철폐

양국 협상단은 닷새간의 협상을 통해 공산품 관세를 협정 발효 10년 내에 모두 철폐하자는 원칙을 정했다.

관세양허 방식은 즉시 철폐와 3년내 철폐, 5년내 철폐로 단순화하기로 하고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철폐기간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상품의 관세 철폐 수준을 액수와 품목 모두에서 최소 95%선 이상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한미 FTA 때 자유화율이 100%에 육박했던데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농산물 등의 민감성을 상호 인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양측은 △위생·검역분야에서는 쇠고기 광우병 문제와 같은 통상 현안은 협상과 분리하고 △노동·환경 분야는 교역과 관련된 문제로 협상의제를 한정하자는 원칙도 세웠다.

아울러 상품 양허안은 2차 협상전인 6월말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협상 속도는 우여곡절과 파행으로 점철된 한미 FTA 협상에 비해 훨씬 빠른 것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는 관세 양허틀에 대한 대강의 합의가 2차에서 가까스로 이뤄졌으며 농산물 등은 그 때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 서비스 분야 충돌 예고

상품 분야의 빠른 협상 진척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는 느리게 가고 있다. 우리측이 한미 FTA에서 처럼 네거티브(비개방 분야 열거) 방식을 주장하는데 비해 EU측은 포지티브(개방분야 열거) 방식을 고집해 개방 방식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 협상단은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상업적 주재는 네거티브(비개방 분야 열거)로, 국경간 거래는 포지티브(개방 분야 열거) 방식을 적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울러 우편택배의 경우 EU측이 민영화를 전제로 한 문안을 제시한데 비해 우리협상단은 우편 분야는 현재 국가 독점 사업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또 통신 서비스의 국경간 거래, EU측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둘러싼 이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EU FTA 협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는 서비스와 지적재산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서비스나 지재권 분야에서 EU가 미국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다"며 한-EU FTA 협상이 한미 FTA보다 쉽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 2차 협상부터 진검승부

양측 협상단의 기싸움은 오는 7월 16~2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2차 협상 때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월말 교환할 예정인 상품 관세 양허안을 놓고 서로 요구사항을 내세우는 단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분야 역시 구체적인 시장 개방 요구 등은 2차 협상부터 표면화할 전망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1차 협상 때는 EU측에서 금융을 빼고는 서비스 담당 전문가가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서비스에 대한 분야별 시장 개방 요구는 브뤼셀에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3차 협상도 브뤼셀에서 9월중 열고 4차 협상은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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