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에 무제한적 접근권 체니, 최강 부통령 만들어”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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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며 경멸했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왜 갑자기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게 됐을까. 딕 체니(66) 미국 부통령은 어떻게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됐을까.

스티븐 예이츠(39·사진) DC 아시아 자문그룹 대표는 9일 동아시아재단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을 주제로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자신이 경험한 미국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의 일부를 소개했다. 그는 2001∼2005년 체니 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부보좌관을 지냈다.

○ 부시 변심의 이유?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며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거부하던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정책을 전환했다. 이에 대해 예이츠 씨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염두에 뒀던 1기 행정부 말기였다면 자칫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대북정책 변화를 수용할 수 없었겠지만 (핵실험으로) 상황이 위급해진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기용된 콘돌리자 라이스와의 개인적인 친밀도도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친 변수”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개인에 대한 혐오가 강한 반면 체니 부통령은 핵 확산이 이 시대의 가장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위험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두 사람의 대북관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전했다.

○ 체니는 왜 강한가?

체니 부통령이 ‘최강’의 부통령이 된 이유에 대해 예이츠 씨는 “대통령에 대한 무제한 적인 접근권이 있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니 부통령은 1975년 34세 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고 1990년대 초반 걸프전 때 국방장관을 지내는 등 정·관·재계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선 “참모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는 하지만 최종 결정은 본인이 내리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이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할 때 다소 즉흥적이고 마음을 자주 바꾸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떠나는 네오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로버트 조지프 전 국무부 차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 등 ‘네오콘’의 퇴조 현상과 관련해 예이츠 씨는 “정책 실패, 특히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분석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명백한 목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압박정책도 개입정책도 성공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이 어떠한 가시적인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외교적 해결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실패로 돌아갈 경우 심각한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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