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수록 부담 커진다” 판단… 法-檢 처리 속전속결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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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검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문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기로 하면서 당초 다음 주 초로 예상됐던 구속 여부 결정 시점이 11일로 당겨졌다.

경찰이 9일 오후 8시경 2700페이지가 넘는 기록을 첨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10일이나 11일쯤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다음 주 초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지 14시간여 만인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11일 오전 10시 30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검찰과 법원이 할 수 있는 최단 시간에 김 회장의 구속영장이 처리되는 셈이다.

이는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이번 사건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는 태도를 보일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회장과 진모 한화그룹 경호과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이광만 영장전담부장판사에게 배당한 뒤 이 부장판사가 11일에는 이 사건만 맡도록 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방대한 분량의 수사기록 검토를 위해 이 사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 것.

당초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검사 출신 2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던 김 회장 측은 이날 영장이 청구되자 판사 출신 변호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해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원 안팎에서는 최근 연예기획사 F사 관계자 4명과 연세대 아이스하키 감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 부장판사가 잇달아 기각했다는 점이 거론됐으나 법원 측에서는 “사안이 서로 다른 것이어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자 수사지휘를 맡은 형사8부의 검사 6명을 전원 투입해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밤새워 기록을 검토할 정도로 신속한 처리에 주력했다.

검찰이 지속적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해 왔고 법원도 관련 압수수색 영장 등을 심사하며 사건 내용을 파악해 왔다는 점도 검찰과 법원이 영장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2일 정상명 검찰총장이 철저한 수사 지휘를 지시하면서 서면 혹은 구두로 꼼꼼하게 경찰 수사를 지휘해 왔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계속 수사지휘를 했기 때문에 영장청구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그만큼 충분히 수사지휘를 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의 판사들 사이에서는 10일에도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사석에서 즉석 토론이 벌어지는 등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고 있는 분위기다.

주로 젊은 판사들은 영장 기각을 예상하면서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고 해서 불구속 재판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중견 판사들은 “사회지도층 인사가 사적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것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중대 사안”이라는 논리를 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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